사랑하지만, 조용히 생긴 마음의 틈

함께 있어도 이해받지 못했던 순간들

by 김마음


남편과는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2017년 4월부터 3년 간 연애를 했고, 2020년 4월 결혼했다. 만나면서 한 번도 큰 싸움을 한 적이 없었다. 취향이 비슷한 것도 있었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컸다.


남편은 나의 부모님과는 다른 사람이었다. 나는 그게 좋았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에게 매섭지 않고 친절한, 나에게 늘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 사람이 좋았다. 함께 있으면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았다. 부끄럽지만, 남편은 나를 공주처럼 대해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잘 만났고, 잘 살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어느 날부터인가 조용히 입을 닫게 되는 순간들이 생겼다. '왜 나를 이렇게 이해해주지 못할까?' 원망하는 마음이 자라났다.


남편은 밝고 환한 사람이다. 이리저리 꼬이고 예민한 나에 비해, 훨씬 유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다. 덕분에 나는 많이 수용받는 기분을 느끼며 지내왔다. 하지만, 이전에도 언급했다시피 (남편에게 이야기하기 싫었던 이유) 남편은 '축소하기'에 익숙한 편이다. 이런 내용을 회사 상담센터에서 얘기했을 때, 남편이 자신의 감정을 쉽게 컨트롤할 수 있게 하려다 생긴 습관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었다. 그런데 이걸 본인에게만 적용하면 괜찮은데, 나에게 적용하는 데서 자꾸 문제가 발생했다.


남편은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기 보다는, 자신의 방식으로 빠르게 정리해 버리는 편이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때로 투박하게 느껴졌다. 그런 모습이 보여질 때마다, 나는 남편이 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덜 걱정하는 것 같았다. 다 괜찮다고, 다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남편에게, 점점 힘들다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다. '어차피 말해봐야 날 이해 못 해. 걱정받고 위로받기를 포기하는 게 나아.'


그러다,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나를 이만큼이나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었어.'


남편이 부모님보다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이었다면, 정신과 선생님은 남편보다 나를 더 잘 알아주는 사람이었다. 선생님은 나의 부모님과 거의 대척점에 있었고, 그 중간 어디쯤 남편이 존재했다.


물론, 정신과 선생님들은 충분히 훈련받은 전문가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이렇게나 이해받는다는 느낌은 어디서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느낌이 나에게는 너무나 생경했고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병원에서 이해를 받을수록, 남편에 대한 서운함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남편은 여전히 나를 애정으로 대해주고 있었는데, 나는 남편에게서 부족한 점만 찾기 시작했다. 나는 힘들다는 말만 줄인 것이 아니라, 기쁨과 즐거움마저 함께 나누기를 주저했다. 이제는 반대로 남편이 나에게 서운해하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더 이상 소통하고 싶지 않았다.


2024년 8월, 나는 살아나고 있었지만, 남편과 나 사이의 틈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