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말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
담담하게 고백하고 싶었지만 별수 없이 긴장했다. 떨리는 목소리와 가만있지 못하는 손이 나의 긴장을 숨기지 못했다.
전이 감정이 생겼고,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걸 깨달은 지는 한참 됐지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무시해보려 했다고. 그런데 더 이상 그 마음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런 일을 벌였다고 용기 내어 털어놓았다.
선생님은 아마 말씀하시기 어려우셨을 텐데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셨다. 불편할 수 있는 감정이고, '내가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나, 여기 와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망설이셨을 거라며, 그럼에도 더욱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감정과 생각을 숨기지 말고, 필터링하지 않고 계속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이셨다.
또, 모르는 상대에게는 내 마음속의 이상적인 것들을 채워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전이는 내가 이상적인 대상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탐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남편보다 훨씬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구나.' 이것 역시 내가 바라는 어떤 지점을 드러내는 예일 수 있다고. 그 감정에 죄책감이 들 수 있지만, 왜 그런 죄책감이 드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다루기 쉽지는 않은 주제지만, 이건 분명히 나에 대해 많은 걸 말해주는 도구라고 하셨다. 선생님에 대해 모르는 만큼 내 마음속의 것들이 계속해서 투영되고, 결국엔 그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심리적인 어려움이 이거였구나'라는 본질에 닿을 수 있게 된다고.
이렇게 털어놓는 건 나에게 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말하는 내내 조심스럽고 두려웠지만, 걱정과 달리 따뜻하고 포근하게 나의 마음이 받아들여졌다. 안도감이 밀려왔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진작 이야기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깐 스쳤다.
그 뒤로 선생님과 나는 전이 감정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생각과 상상들을 거르지 않고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남편에게, 부모님에게 내가 바라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씩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떠올랐다. 마치 갯벌 속을 더듬으며 진주를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해결책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감정은 그대로였다.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오늘은 병원에서 어땠어?" 묻는 남편의 질문 앞에서 예전처럼 종알거릴 수 없게 되었다. 남편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생겼다는 기분이 왠지 모르게 찜찜했다. 이런 마음을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고, 나의 무의식이 나도 모르게 이런 마음을 뱉어낼까 봐 걱정됐다.
그렇게 속 시원하면서도, 불안한 7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참, 격정적인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