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졌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날이 쨍쨍해지면서 마음도 한층 밝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병원을 다니던 중 가장 낮은 우울, 불안 척도 결과가 나왔다. 물론 아직 심각한 우울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객관적인 수치도, 주관적인 마음도 분명 나아지고 있었다.
8월에는 선생님과 울지 않고 대화하는 날이 많아졌다. 주로 선생님께 심리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나는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불편함 정도를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런던 중, 고양이를 입양했다. 단순히 우울해서라거나,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 아니었다. 남편과 2년 가까이 고민해 온 일이었다. 한 생명체를 키운다는 건 어마어마한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데려올 수 없었다.
고양이가 집에 오면서, 나는 조금 부지런해졌다. 고양이의 밥을 챙기고, 물을 갈아주고, 똥과 오줌을 치우고, 청소를 자주 하게 됐다. 오래도록 없었던 활력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다. 존재 자체로도 예쁜데, 나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고양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남편에게 느끼는 사랑과는 또 다른 종류의 애착을 느꼈다. 어린 아기를 돌보듯 정성스럽게 길러냈다. 아기 고양이가 나를 엄마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잃어버렸던 나의 존재 가치도 다시 조금씩 되찾아 가는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이렇게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회사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두려웠다. 3개월의 병가 기간이 끝나가고 있을 무렵, 나는 돌아갈지 더 쉬어갈지 결정을 해야 했다.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을 때는 잠시 잊을 수 있었지만, 회사로 돌아간다는 생각만 해도 나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혔다. 평온해진 듯했지만, 아직 완전히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기운이 돌아온 듯했지만, 그것은 일상의 회복이지 사회적 복귀에 대한 준비가 아니었다. 아직 나를 다시 던질 만큼 단단하지 않았다. 과연 돌아가서 숨 막히는 일상을 다시 견뎌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병원에서 회사 복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울음을 삼키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조금 더 쉬고 싶다고. 회사 상담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권유하셨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게 왜 그렇게 떨리는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주치의 선생님은 별다른 말씀 없이 다시 병가 진단서를 써주셨다. 그렇게 3개월의 유예가 생겼다.
뜨거운 8월 말, 나는 조금은 두려운 여름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었다.
회복이라고 하기엔 아직 불안한 마음과, 다가올 차가운 계절들에 대하여. 「 무너진 마음의 계절들 2 」 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