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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박을 흔들어준 작은 생명체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

by 김마음


작업 중에는 조금 지저분해지는 편이다. 작업 중에만 그렇다...


우리 집 고양이는 집사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오만 데 다 참견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작업을 하면 노트북에 얼쩡거리고, 빨래를 하면 세탁기에 얼쩡거리고, 커피를 마시면 텀블러에 얼쩡거리고.


웃기는 아이다. 이 웃기는 아이 덕분에 웃음이 많아진다.



고양이 덕분에 나아지고 있는 점이 또 있다. 나의 청결강박이다. (무너진 마음의 계절들2 - 2화 참고) 처음에는 고양이가 방바닥을 밟고 다닌다는 자체도 거슬렸다. 방바닥은 나에게 있어 더러운 영역이었는데, 방바닥을 밟은 발로 소파에 올라오는 것, 침대에 올라오는 것, 모든 것이 찝찝했다. 하지만, 고양이를 통제할 수는 없으니(그럴 거면 키우지도 말았어야지!), 그냥 청소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매일 물걸레 청소기로 바닥을 닦고 최대한 고양이의 영역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또, 처음에는 고양이가 핥은 손을 바로바로 씻기도 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웃기는 일이었다. 고양이는 온몸을 자신의 혀로 핥고(그루밍이라고 한다), 그 몸으로 온 집안을 누비는데? 그 몸으로 소파에 뒹굴고, 침대에도 눕는데? 내 손에 묻은 고양이 침을 씻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포기하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모래 쌓인 화장실에 들락날락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참 청결하지 못한 일인데, 이 부분도 포기했다. 쉬하고 똥 싼 모래를 밟고(똥을 밟는 건 아니다!) 방바닥을 돌아다니지만, 이건 고양이의 삶에 필수적인 부분인데 당연히 허용해야지.


침대에, 소파에 고양이 털이 굴러다니는 것도 어느 정도 포기했다. 보이는 것만 틈틈이 치우고 눈에 보이지 않는 털은 흐린 눈으로 넘겨버린다. 어쩌겠어, 같이 사는데 감당해야지. 내가 결정한 건데 어쩔 수 없지!


강박적으로 모든 걸 닦아내던 나에게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은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내가 귀찮고 피곤해지는 것보다는 고양이가 우리에게 주는 행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나의 강박 따위는 삶에 있어 큰 불편함이 되지 않는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강박이 나아지고 있다.


오늘도 고마운 나의 고양이, 시루.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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