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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밤, 나를 쓰다

by 김마음



하루를 조용히 마무리하는 이 공간이 좋다. 마음껏 쓰고, 읽고, 온전히 나인 채로 머물 수 있는 곳.


글을 쓰기 시작한 뒤 나는 눈에 띄게 상태가 나아졌다. 서서히 변하는 내 기분을 나 스스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는 분명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덕분에 내 마음을 한 발짝 물러나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겼다.


상담 선생님께서 지금의 회복은 내가 해낸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주치의도, 상담사도 아닌, 오롯이 나 스스로 해낸 일이라고. 작가 신청도, 글쓰기 시작도, 아무도 부추기지 않았는데, 나는 그냥 느닷없이 쓰고 싶었고, 원하던 대로 쓰게 되었다.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는 지금이 좋고, 하고 싶은 게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이걸 더 지속해 보고 싶다. 이런 사유의 시간을 조금 더 진득하게 누리고 싶다.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이쯤이면 됐다, 이쯤이면 나의 마음을 모두 털었다' 싶을 때까지 간단없이 써보고 싶다.


오늘도 하루의 마무리를 글로 채운다.

나는 지금의 내가 조금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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