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개명 신청을 할 예정이다.
뜻풀이 좋은 한자 조합도 오래 고민해서 골라 놓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정한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고, 평가에 연연하던 삶에서 벗어나 내 마음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누군가의 딸, 아내, 며느리 같은 역할 속에서 나는 늘 ‘누구의 무엇’이었지, 나 자신으로 살아본 적은 별로 없었다. 이름도 그랬다. 나에게 주어진 것이었고, 무거운 뜻을 품고 있었고, 나는 그 이름 안에서 걸맞게 살고자 애쓰고 있었다.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오랫동안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기 힘들었다. 어떤 순간엔 너무 예민했고, 또 어떤 순간엔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이끌려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이름도 삶도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싶다.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내가 나를 어여삐 불러주고 싶다. 그리고 그 부름 속에서, 조금씩 더 나다워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