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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일의 즐거움

by 김마음


기록하는 일이 즐겁다.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는 일이 재미있다. 거센 감정의 폭풍을 맞으면 때로 마음이 힘들어지기도 하지만, 헤집어진 마음을 다시 덮고 토닥이면서 내가 나를 위로한다. 스스로 위로하고 나와 화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비로소 내가 나와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조금 좋아졌다.


꼭 무언가를 잘하지 않아도, 혹은 심지어 못하더라도, 그게 나를 미워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나는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순간에 나를 미워하고, 혐오하고, 증오했다. 내가 나에게 관대하지 못했다. 내가 나에게 관용을 베풀어야 했는데, 누구보다도 나를 질책하는 건 나 자신이었다.


기록은 좋은 자아 성찰의 기회가 된다. 나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눈이 생기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현실을 검증하게 된다. '내가 놓인 상황이 삶을 끝낼 만큼 최악의 상황인가. 내가 삶을 헤쳐나갈 용기가 정말 없는 것이 맞나.'


물론, 이것도 언제나 즐겁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버겁고 힘겨운 순간이 분명히 찾아오겠지만, 그때의 내가 그것 또한 이겨낼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기록은 나를 위로하고,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자기 신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나의 마음을 따라가는 일에 더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기록은 아마도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살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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