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목적을 버리면 충만이 찾아온다

목적을 내려놓고 지금에 몰입하는 삶

by 마인드 오아시스

11월의 공기는 한결 얇아진 햇살 틈으로 스며든다. 겨울이 오기 전인데도 공기엔 이미 초겨울의 냄새가 묻어 있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지하 1층 버튼을 누른다. 내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아파트 헬스장이다. 아침 7시. 지문 인식과 함께 헬스장 유리문을 힘껏 연다. 매일 아침 헬스장을 간 지도 어느덧 두 달째다. 사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루틴처럼 헬스장을 다녔다.

아침에 헬스장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단순히 체중 관리가 목표였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어제보다 조금 더 불어난 몸을 바라보며 한숨이 나왔다. 분명 신나게 먹은 건 나였지만, 통통하게 붙은 뱃살과 허벅지살, 팔뚝살까지도 기분 좋게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다이어트 결심’은 역설적이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토록 지속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영상을 보았다.


“목적주의적 생각이 많을수록 우리는 역설적으로

곧바로 흥미를 잃고 맙니다. 먼 미래에 닿지도 않은 일에 대해 시각화를 하면 현재는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거든요. 목적주의적 생각을 지워야 합니다.
마치 눈앞에 보이는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이 영상을 보고 지속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내가 원하는 체중을 미리 정해두고 날씬해질 몸을 매일 상상했던 것, 그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닿지도 않은 미래의 형상을 정해 놓고 시작하니 오히려 하기 싫은 욕구가 역설적으로 올라왔던 것이었다. ‘목적주의적 사고’부터 먼저 지워야 했다.


유튜브 속 내용처럼 마치 운동을 하는 순간만큼은 운동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러자 저절로 아침 일찍 눈이 떠지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헬스장을 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렇게 꼬박꼬박 헬스장에 가기까지 나는 오히려 “몇 킬로 감량해야지”, “오늘도 기필코 운동할 거야”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동을 가는 것은 하나의 ‘명상법’이라고 생각을 전환해 보았다. 실제로도 그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운동하는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고, 몸의 감각을 하나씩 느끼며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 하나까지 온전히 몸에 몰입하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명상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꾸준한 헬스장 방문 덕분인지, 제법 쌀쌀해진 11월에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7시,
지문 인식과 함께 헬스장 유리문을 힘껏 밀고 들어섰을 때였다. 늘 같은 시각에 변함없이 오시는 어르신.
우리는 출근 도장을 찍듯 매일 눈인사로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어르신은 나를 한 번 쓰윽 보시더니 무심하게 걸어가며 “참 열심히 삽니다”라는 말을 건네셨다. 그 한마디에 세상 따뜻함을 느꼈다. 이런 꾸준함이 없었더라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이었다.


오전 7시, 11월의 가을 하늘은 언제나 파랗다.
어르신이 내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아름다운 빛으로 하루를 열어준다. 화단에 심어놓은 나무 사이로 작은 참새 한 마리가 춤을 춘다. 이제 나에게 헬스장이란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몸의 감각을 깨고 온전히 나에게만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명상 시간이자, 창밖의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이며, 어르신의 따뜻함이 녹아 있는 사랑의 공간이다.


지금 이 순간,
목적을 위한 충만에서 벗어나

충만을 위한 충만 속에 살아라.


“인생의 깊이는 성취의 양이 아니라,
한순간에 깃드는 진심의 밀도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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