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on Simple
사랑했던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뼈 속 깊이 새길 수 있다면, 초 단위까지 정교하고 세밀하게.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는 강박이나 신경증적인 모습으로 읽히기도 한다.
사랑을 시작하기로 한 순간부터 인간의 자유의지는 덧없어진다.
자신의 모든 것이 타인에게 결박되고, 매 순간이 고통이더라도 거역하지 못하는 죄인처럼.
강한 기억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어쩌면 고통을 피할 기회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
지우려 해도 자국은 남을 것이고, 글은 계속해서 타인에게 읽힐 것이며, 맥락은 끊임없이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릴 것이므로.
그러니까, 망각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그만큼 사랑했다는 뜻일까, 그래서 자신은 운이 좋았다고 했을까.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껏 부대끼다, 부은 눈을 간신히 뜬 느낌이다.
아득한 기억 너머로 가라앉았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할 때, 불현듯 누군가 손수건 건네듯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래 이것은, 고작 단순한 열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