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영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최근에 다시 보았습니다. 당시 재밌게 봤지만, 흐릿해진 기억을 지금의 눈으로 다시 떠올려 보고 싶었거든요.
▲ 영화 <곡성> 포스터 ⓒ 20세기 폭스 코리아
나홍진 감독은 불편하고 찝찝한 상황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전작 <추격자>, <황해>에 비해 <곡성>은 결말이 뚜렷하지 않아 더 찝찝합니다. 깔아놓은 복선은 많은데 결국 일치하는 것이 없어서 너무 당황스럽거든요. 결국 첫 장면에서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낚싯바늘에 미끼를 물리는 것이 암시하듯이, 영화 속 등장인물이 그 미끼를 물어 사건에 휘말리고, 스토리를 따라가는 관객들 또한 미끼를 물게 되는 거예요. 일종의 맥거핀이죠.
▲ 영화 <곡성> ⓒ 20세기 폭스 코리아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상상력을 더해 퍼즐을 맞추고, 그것이 창작자의 의도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이 영화는 끝까지 혼란스러웠다가 '아...' 하는 탄식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영화 내내 감독이 던진 '미끼'들로 이것이 맞는지, 저것이 맞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를 하다가 결국, 그 퍼즐이 하나도 맞지 않았을 때의 허탈감과 공허감이 몰려들었거든요. 칼춤을 요란하게 추는 감독을 멍하게 바라보는 관람자의 기분입니다. 그만큼 감독의 '굉장한 영민함을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 영화 <곡성> 스틸컷 ⓒ 20세기 폭스 코리아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군더더기 없는 씬, 음악과 절묘하게 떨어지는 장면전환, 코너로 몰아붙이는 신들린 듯한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곡성>이라는 제목도 기가 막히게 붙이지 않았나 싶어요. <곡성>은 전라남도의 한 작은 마을이지만, '곡하는 소리', '울음소리'의 동음이음어 이기도 한데요. 영화에서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곡소리가 사건과 토테미즘 현장마다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영제도 <The Wailing>이네요.
▲ 영화 <곡성> 스틸컷 ⓒ 20세기 폭스 코리아
'뭔가에 홀린 듯' 무자비한 사건이 벌어지는 세태를 보며, 영화 속 '효진'과 오버랩 되는 것은 저만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겨눠지는 칼의 끝은 결국 모두의 파멸인데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세상에 살아가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 영화 <곡성> 스틸컷 ⓒ 20세기 폭스 코리아
자넨 이미 나를 악마라고 확신했어. 내가 누군지 아무리 말해봤자 네 생각은 바뀌지 않을 거야.
그 누구도 쉬이 믿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점철된 요즘. 영화 속 악마로 보이는 외지인의 말처럼 우리는 악마로 지목된 인간들과 끊임없는 저주의 공포에서 정녕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