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이 사는 세상, 봄은 오는가

- 영화 <서울의 봄>

by 비타


며칠 전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을 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 현대사의 뼈아픈 과거, '12․12 사태가 일어나기 전 숨 막혔던 9시간'을 굉장히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풀어내어 가슴 시린 역사를 바로 보게 하는, 한국 영화의 한 획을 그을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12․12 사태의 전말은 극히 일부일 뿐, 과정에 대해서는 대부분 잘 모른다. 사건에 개입했던 인물들도, 그들의 복잡하게 얽힌 스토리들도. 6․25 동족상잔의 피비린내를 등에 업고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권력 탈환을 위해 같은 핏줄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잿빛 역사의 도돌이표. 사건은 절대 나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국가와 민족에게 남기고 씁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져 갔다.



후대 사람인 나는 사태의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부디 픽션이기를, 부디 이대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러닝타임 내내 작품을 붙들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애초부터 쓰인 역사의 결말을 그 누가 뒤집는단 말인가. '헤모글로빈의 시인' 쿠엔틴 감독이라면 그만의 재치로 '쓰레기 같은 과거 따위 개나 줘버리는' 화려한 논픽션으로 통쾌하고도 짜릿한 전율을 선물했을지도.



하지만 여기는 한이 서려도 지독하게 서린 민족의 국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다.



똘똘 뭉친 우매한 집단의 아성을 건드리는 순간, 죽마고우 동지가 가장 잔인한 적이 된다. 그릇된 신념이 개인을 지배하는 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사악한 악마가 될 수 있다. 되풀이되는 과거를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채 내일을 맞는 일이란, 어리석고 잔인한 누군가에게 목숨을 헐값에 파는 것과 과연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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