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개인화 시대, 타인 민감성이 중요한 이유

- 영화 <리빙 : 어떤 인생>

by 비타



신사가 되고 싶었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 평범한 직장인 신사.
그게 내가 항상 되고 싶었던 모습이었어요.




이 영화를 보고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는데, 한참을 갈피를 못잡고 헤맸다. 할 말이 너무나 많은데 대체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할 지 도통 알 수 없는 기분. 연출, 연기, 스토리, 행간의 의미 등 너무 쓸 말이 많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그저 내 손이 가는 대로, 그 느낌을 믿고 쓰기로 했다.





첫 등장 씬부터 압도적인 아우라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빌 나이'. 자칫 통상적인 스토리의 주인공 역할이 될 뻔 했으나 그의 묵직하면서도 담담한 연기에 러닝타임 내내 가슴이 울렁했다. 그가 읇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 마다, 부르는 노래의 소절마다, 그의 표정과 눈빛, 몸짓, 주름 하나하나 마다 주인공 윌리엄스의 숨결이 짙게 묻어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길을 계속해서 진지하게 돌볼 때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아우라가 생기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마저 들게 하는 그 기운 말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우리네 어리숙한 삶 앞에 저리 푹 익은 거장들이 이정표처럼 서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축복이지 싶다.





때로는 가장 가까운 듯한 사람이 가장 멀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어쩌면 자주 있는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낯선 누군가에게 다정한 시간을 선물받는데, 이를 알아차림이 중요하다. 타인에 대한 섬세한 시선은, 그에게 새로운 삶과 용기를 줄 수 있다. 나는 영화의 모든 것에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하기로 했다.





주인공 윌리엄스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평범한 직장인 신사'를 뛰어넘는 '비범한 직장인 신사'가 된 이유. 세대가 계속해서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 이유는 섬세한 시선으로 그를 가장 그 다운 모습으로 봐준 따뜻한 타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바로 생기발랄 해리스, 정직한 신입 웨이클링, 낯선 곳에서 만난 사나이, 그리고 숨은 한 명이 더 있었으니 바로 놀이터에서 만난 '경관' 청년.





윌리엄스가 눈 내리는 겨울날 그네를 타며 노래를 부르는,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마지막 순간을 방해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 준 이름모를 그. 그는 윌리엄스가 가장 그답게 살다 가는 것을 지켜준 마지막 섬세한 타인이었다. 영화가 주는 '나답고, 섬세한' 메세지에 대한 적절한 답을, 가장 '나답고 섬세하게'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삶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계속해서 틔워주기를,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응원할 것이다.


<리빙 : 어떤 인생>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1952년에 내놓은 영화 '살다'를 영국을 배경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이다. 또 노벨문학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각본을 맡았다. 나는 아무 정보 없이 영화만 관람하였는데 원작 소설 및 영화 등에서 벗어나 이 영화 단독의 느낌을 지키고 싶다. 좀 여물었다 싶을 때 원작을 찾아 볼 생각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디까지 믿어야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