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동기가 생겨납니다. 올해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아홉수를 맞이한 사람들입니다.
아홉수는 숫자에 9가 포함되는 것을 뜻하지만, 나이를 이야기할 때는 일반적으로 9로 끝나는 나이를 일컫는 경우가 많습니다. 19, 29, 39, 49과 같이 아홉수의 나이가 특별한(?) 이유는 그다음 해에 나이의 숫자의 앞자리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lter와 Hershfield(2014)는 사람들이 서른, 마흔과 같이 새로운 십 년(decade)의 나이 대에 가까워오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질문하고, 새로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에 한국어로 아홉수라고 번역될 수 있는 '9-enders'라는 용어를 쓰면서 9자로 끝나는 나이를 갖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인간의 나이라는 것은 연속적이지만 일반적으로 나이 대를 이야기할 때는 10대, 20대, 30대 이렇게 10년을 단위로 나누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연령대에 진입한다는 것은 어떠한 경계선을 넘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사람들에게 삶에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드는 인식을 준다고 봅니다. 그래서 나이가 9자로 끝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신의 삶의 의미를 더 추구하고 삶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4만 명이 넘는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자살한 사람들의 자료, 마라톤에 처음 참여한 사람들의 자료,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한 사람들의 자료를 분석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아홉수의 나이인 29살, 39살, 49살의 사람들은 다른 나이의 사람들보다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해당 나이의 사람들은 처음으로 마라톤에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슬프게도, 해당 나이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살을 한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연령대의 시작을 앞두고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추구합니다. 마라톤과 같이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하면서 의미를 만들 수도 있지만,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실패한 사람들도 있다고 저자들은 설명합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자료를 활용했음에도 Alter와 Hershfield가 사용한 대부분의 자료는 아홉수가 과연 원인이었을까라는 의문에 답하지는 못했습니다. 참가자들이 29살이어서 30살이 되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마라톤에 등록을 한 것인지, 아홉수와 삶의 의미 추구 간에 실제적인 원인과 결과를 보여줄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닙니다.
그래서 Kim과 다른 연구자들은 2019년 Alter와 Hershfield의 가설을 조금 더 정교한 연구 설계로 파악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한 집단의 참가자들에게는 내일이 29살이나 39살 등의 생일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다른 집단에는 내일 있을 일을 생각하게 한 다음 두 집단 간 삶의 의미를 추구 수준을 비교하였습니다. 그 결과 29살, 39살의 생일을 생각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더 깊이 성찰하고 자신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lter와 Hershfield의 생각이 어느 정도 지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홉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삶의 의미에 대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곤 합니다.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마라톤을 할 수도 있고, 외도를 할 수 있는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삶의 의미 추구의 방법이 늘 건설적이고 바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바쁜 것이 아니라 바쁘기 위해서 목표를 설정한다고 할 만큼(Yang & Hsee, 2019) 인간은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인간의 바쁨(busyness)에도 파괴적인 바쁨과 건설적인 바쁨이 있습니다(Hsee, Yang, & Wang, 2010).
아홉수를 맞이한 분들이라면 문득 내가 잘 살아왔는지,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 전에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쁨에 대한 욕구(need for busyness)가 강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래'라고 이 연구들을 떠올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새로운 것을 하며 의미를 찾고 싶다면 파괴적이지 않은, 나와 남에게 건설적인 방안을 택하는 지혜도 발휘하시면 좋겠습니다. 아홉수든 그렇지 않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mind
<참고 문헌>
Alter, A. L., & Hershfield, H. E. (2014). People search for meaning when they approach a new decade in chronological ag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1(48), 17066-17070.
Hsee, C. K., Yang, A. X., & Wang, L. (2010). Idleness aversion and the need for justifiable busyness. Psychological Science, 21(7), 926-930.
Kim, J., Schlegel, R. J., Seto, E., & Hicks, J. A. (2019). Thinking about a new decade in life increases personal self-reflection: A replication and reinterpretation of Alter and Hershfield’s (2014) finding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7(2), 27-34.
Yang, A. X., & Hsee, C. K. (2019). Idleness versus busyness.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26, 15-18.
박지영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 | 산업및조직심리 Ph.D.
사람들이 왜 일을 하고, 일에서 어떻게 의미를 갖는지 등 개인의 일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에 관심이 있다. 일의 의미, 지루함(권태)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세대에서 산업 및 조직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인공지능과 관련된 중앙대 연구소에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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