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주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톨스토이는 말했다.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써 살아간다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더불어 사는 경험'이 줄어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는 그 사랑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타인을 돕고자 하는 사랑으로써 살아간다.
오늘은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발판으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미 잘 아는 바와 같이 이 이야기 말미에 미카엘 천사는 다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을 위하는 마음에 의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불쌍하게 여기고 돕고자 하는 사랑으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랑은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코로나로 생긴 우리 사이의 거리
코로나로 인해 우리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반드시 해야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상식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타인과 더불어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매우 중요한 덕목이고 가치였다. 그런데 현 코로나 시대에서 사람이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은 감염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위험 유발 행동이 되었고 가능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에티켓이 되었다.
2020년 5월 어버이날에는 요양병원 등으로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 것이 권장되었고 실제 어버이날 식사를 통해 조부모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사례도 있었다. 우리를 가장 좌절시키는 지점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만간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최소 2년은 지속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출몰할 것이라는 지점이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회생활의 필수 아이템이 될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당수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억지로 해야만 했던 비대면 회의 및 강의 등에 친숙해져 가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VR과 AR 관련 개발에 말 그대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분야이기는 하지만 활용도와 지속 가능성 여부에 대한 확신 부족 속에서 관련 기술 및 장비 발전이 생각보다 지체되어 왔었다. 코로나로 인해 신속한 관련 기술 개발로 비대면 플랫폼이 확장되고 발전되어 가면 어느 순간 시간적 효율성과 감염으로부터 안전 확보라는 이유로 우리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비대면 상황이 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 시대의 집단 무의식과 더불어 살기
그런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인간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신의 마음은 내가 아닌 타인을 배려하고 연민을 느끼며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타인을 기꺼이 돕고자 하는 행동으로 일부 표현될 수 있다. 타인과 ‘더불어’ 상호작용하는 경험들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비와 연민의 마음이 과연 발현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태어나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타인이란 어떤 존재가 될까?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이 없는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분석심리학자인 구스타프 칼 융은 ‘개인 무의식’ 외에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있다. 인류가 긴 역사를 살아오면서 축적한 많은 경험들이 DNA 속에 남겨지듯이 무의식에도 남겨진다고 보는 입장이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서구의 신데렐라 이야기와 한국의 콩쥐팥쥐의 모티브는 거의 90% 이상 일치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매우 쉽게 이해가 된다. 인류의 역사가 흐르면서 각기 다른 경험들을 쌓아가지만 아주 오랜 예전부터 공통의 조상에게서 유래된 공통 경험이 존재하고 그것이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심리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바람을 잘 알아채서 의식과 무의식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오랫동안 인류가 경험해 온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욕구와 바람은 우리 무의식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우리 감정과 행동에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플랫폼 사회에서 ‘사람이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쉽게 답을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은 더불어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며 이 욕구가 건강하게 충족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심리적 문제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고조선 시대에 이 땅에서 살던 우리 조상들과 2020년을 사는 우리는 완전히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연속선상에 있다. 어떠한 변화 속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오랜 역사의 축적물이고 그 영향 속에 살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첫 단계일 것이다. mind
송현주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 교수 | 임상심리 Ph.D.
임상심리학 주제중 조현병 환자의 회귀억제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하고 gamification을 활용한 조현병 위험집단에 대한 인지재활치료로 박사후 과정을 하였다. 현재 서울여대 심리치료학과(특수치료 전문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에 중심을 두고 신경과학을 융합하는 연구에 주요 관심을 두고 있으며 주의력, 실행기능, 인지조절력과 정신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신장애의 조기진단과 치료적 책략을 개발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최근에는 앱기반 아동 청소년 대상 일차 심리평가 게임 '코콘'을 개발하였고 가상현실을 활용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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