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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Jun 02. 2020

게임의 재발견

이세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중노년층과 젊은 가족 구성원이 함께 게임을 할 때, 둘 간의 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탐구해 본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과 함께 “게임을 통한 사회적 거리두기(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발표했다. 물리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도구로 디지털 게임을 장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친구들과 게임 속 세상에서 만나 즐겁게 노는 것은 이제 젊은이들의 일상이 되었지만, 부모님이나 조부모님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은 언뜻 상상하기 힘들다. 게임이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매체라면, 게임이 서로 다른 세대를 연결해 줄 수도 있을까?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연구진은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젊은 층 93명과 그들의 조부모, 부모 등 55세 이상 중노년층 가족 구성원 8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서로 다른 두 세대 가족 구성원이 6주 동안 일주일에 3시간 이상 디지털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한 것이다. 참가자의 80% 이상은 조부모와 손주 관계였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가족들이 함께 게임을 하며 어떤 대화를 나누는가였다. 사회적 침투 이론(Social penetration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노출(self-disclosure)을 통해 관계가 점차 친밀한 수준으로 이동해 간다고 한다. 연구진은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면,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게 되고, 가족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실험 전과 후에 설문을 통해 참가자들의 자기 노출의 폭과 깊이 수준을 측정하여 비교한 결과, 젊은 그룹과 중노년층 그룹 모두 게임을 하면서 자기 노출의 폭과 깊이가 모두 유의미하게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기 노출의 폭은 게임을 함께 하며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가”라고 볼 수 있고, 자기 노출의 깊이는 “얼마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는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게임을 하면서 자기 노출의 폭은 크게 향상했고, 관계 친밀성과도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였다. 즉, 자기 노출의 폭이 증가한 참가자는 상대방과의 관계 친밀성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관식 답변에서도 참가자들은 게임을 함께 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응답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중노년층 참가자의 대다수인 70.8%가 기존에 디지털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참가자의 3분의 2 정도는 바로 곁의 사람들과 게임을 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 접속해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게임을 같이 했다. 이 연구는 비록 반강제적인 실험 상황이긴 했지만,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두 세대가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며 더욱 친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디지털 기기 때문에 세대 격차가 더욱 심화한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통한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mind


   <참고 문헌>  

Osmanovic, S., & Pecchioni, L. L. (2019, July). Playing with Words: The Experience of Self-disclosure in Intergenerational Gaming. In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uman-Computer Interaction (pp. 189-203). Springer, Cham.

이세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 중노년 웰빙 및 게임 연구

어떻게 하면 IT기술이 시니어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지, 어떻게 서로 다른 세대를 연결시켜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Games and Life Lab에서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기반으로 노년층과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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