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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Jun 05. 2020

당신이 바쁜 이유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당신이 바쁜 이유는 다음 중 하나, 외향적이거나 성실하거나 아니면 개방적이거나. 2개면 더 바쁘고 3개면 안 바쁜 게 오히려 이상하다. 그러니 바쁜 것에 대해 남 탓할 것 없다. 성격을 바꿀 자신이 없다면 말이다.


사례 1 "외향적이라서 바빠요"


사람을 좋아한다. 말하기를 좋아한다. 나다니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모임을 좋아한다. 그리고 모임을 많이 만든다.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어렵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남들과 전화하고 각종 SNS에 심취한다. 외부와 끊임없이 소통한다. 약속을 잡는다. 사람들을 만나느라 스케줄이 빡빡하다. 사람들을 만날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에너지가 충전된다. 그러니 어찌 바쁘지 않을 수 있으랴.

영국 현역작가 James Downie의 작품. .`The Busy Street`, (c)jamesdownie.

사례 2 "성실해서 바빠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다. 내일 할 일도 오늘 당겨서 한다. 십중팔구 좌우명이 성실 아니면 그 비스무리한 것이다. 한 번 하면 꾸준히 해야 한다. 남들 다 빼먹는 헬스클럽도 휴무일을 제외하고 빠지지 않는다. 하기로 한 것은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찜찜하다. 포스트잇으로 할 일들이 빡빡하게 정리한다. 그 모든 것을 해내면 뿌듯하다. 그러니 안 바쁠 수 있겠는가.


사례 3 "개방적이라서 바빠요"


늘 궁금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창의적이다. 영역을 막론하고 관심이 많으며 그래서 바쁘다. 오픈 마인드이기 때문에 그 열린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많다. 체질적으로 보수적일 수가 없다. 변화를 좋아한다. 가끔 낭패를 보기도 한다. 해 보지 않았음을 후회할지언정 안 하길 잘했다 하는 법이 없다. 세상은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을 좇자니 바쁘다.


사례 3 "외향적인 데다 성실해서 더 바빠요"


사람을 좋아하는 데다가 뭔가 꾸준히 하는 데에도 도가 텄다. 사교적이면서도 성실하기 때문에 사람들과도 그냥 노닥거리지 않는다. 자기 계발을 위한 활동으로 승화시켜 뭔가 얻어간다. 마당발인 데다가 일도 잘하고 대인관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감투를 씌운다. 그 또한 마다하지 않고 책임을 다 한다. 그렇게 인정받을수록 그는 더 바빠질 수밖에.


사례 4 "외향적인 데다 개방적이라서 더 바빠요"


낯선 사람도 두렵지 않다. 새로운 환경에서도 주저하지 않는다. 새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들과 재미난 일을 벌인다면 더 신난다. 사람들이 다양할 수 있음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튀는 것을 오히려 즐긴다. 한 사람에게만 충성하지 않고 만인의 친구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잡학다식 오지라퍼인 그가 안 바쁘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사례 5 "성실한 데다가 개방적이라서 더 바빠요"


궁금증과 호기심을 길게 가지고 간다. 뭔가 새로운 것에도 쉽게 몰입이 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고 그것을 구현한다. 반복되는 것에 굴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식상할 만하면 변화를 도모하니 심심할 새가 없다. 이상을 좇지만 일상도 착실하게 살아내고 싶은 그는 알고 싶어 쑤셔 보는 것도 많지만 마무리하지 않는 것은 싫다. 그래서 건드리는 것마다 끝을 내려고 하다 보니 바쁠 수밖에.


사례 6 "외향적인 데다가 성실하고 개방적이기까지… 그러니 완전 바쁘죠"


늘 바쁘다. 대인관계와 일 그리고 새로움(novelty)까지 추구한다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타인들과 소통하느라, 생산적인 액티비티를 지속하느라 창의적으로 접근하느라 바쁘다. 뭔가를 꾸준히 하는데 에너지를 소진하여도 사람들 속에서 다시 충전해내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그. 새로운 것에 언제든지 혼을 뺏기고 흠뻑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그가 안 바쁘다는 건 말도 안 된다.


1개 보다 2개, 2개보다 3개가 더 바쁜 이유*


외향성, 성실성, 개방성은 모두 활동과 노력에 관련된 성격 차원이다. 하지만 작동 영역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Lee & Ashton, 2012) 차원이 하나씩 더해질수록 기본적인 시너지 외에 바빠지는 영역 자체가 늘어나서 더 바빠지게 된다. 외향성은 사회활동, 성실성은 일, 개방성은 생각과 관련된 영역이다. 그래서 3가지 성격을 모두 다 가진 사람은 대인관계와 일은 물론 혼자일 때도 머릿속이 바쁜 것이고 말하자면 언제, 어디서든 바쁠 수밖에 없다.


당신을 바쁘게 만든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


늘 바쁘다고 바빠서 짬을 내기 어렵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오매불망 한가롭기만을 기다린다. 왜 세상은 자기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은 걸까 푸념도 한다. 그런데 사실 바쁨 지옥은 그 자신이 초래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위의 3가지 성격 차원(외향성, 성실성, 개방성) 중 하나라도 가졌다면, 또는 불행인지 행운인지 2개나 3개를 동시에 가졌다면 요즘 말로 바쁜 것은 완전 빼박 can’t(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확실하다는 합성 신조어).


암만 바쁠 팔자라고 해도 이것만은 챙기자


외향적이어서 바쁜 사람은 그만큼 자기편을 많이 얻게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적 또는 경쟁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성실해서 바쁜 사람은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피로해지기 쉽다. 개방적이어서 바쁜 사람은 때로 그 개방성으로 인해 자칫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당연히 외향적이고 성실하면서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피로하고 사람들과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높으며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 쉽다. 그러므로 바쁠 성격을 타고나 바쁠 수밖에 없는 팔자라고 해도 건강과 안전만은 꼭 챙기자.


바쁜 이들에게 보내는 덕담


성격을 바꿀 자신이 없다면 세상이, 타인이 자신을 바쁘게 만든다고 투정하지 말고 바쁜 것도 팔자려니 하자(체념하라는 것은 아니다. 바빠서 체념할 새도 없겠지만). 이렇게 바쁜 것이 어느 날 무형 또는 유형의 열매로 영글어 바쁨에 지친 나를 북돋아 주고 지켜줄 자산(asset)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아니 꼭 그럴 것이다. 그러니 바쁠 성격을 가진 이들이여. 바쁘지 않으려고 바쁘게 애쓰지 말고 그냥 편하게 바쁘자. mind


<참고문헌>  

Lee, K., & Ashton, M. C. (2012). The H Factor of Personality: Why Some People are Manipulative, Self-entitled, Materialistic, and Exploitive--and why it Matters for Everyone. Wilfrid Laurier University Press.

* 언급된 3가지 성격 차원은 성격의 6요인 모델, 즉 HEXACO 모델에 근거한 것임.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 임상심리 Ph.D.

너무 어린 나이에 멋모르고 꿈을 심리학자로 정해버려 별다른 의심 없이 그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다. 그 여정에서 다시 태어나면 꼭 눈에 보이는 일을 해 봐야지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의 심리학 대세론에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스스로 뿌듯해하며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어 본다.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생생한 삶 속에서 심리학의 즐거움과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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