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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Jul 30. 2019

사이코드라마의 놀라운 효과

진혜전 대구드라마치료연구소 대표

진혜전 대구드라마치료연구소 대표
많은 연구들은 사이코드라마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사이코드라마는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일까?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게 되는가?


문제로 드러나지 않으면 


발달장애아 어머니들을 위한 사이코드라마 집단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우리가 흔히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드러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보이는 문제에만 시선을 집중한다. 문제가 보이지 않으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집단 사이코드라마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도와주는 소중한 경험이다.


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내가 만났던 부모들은 흔히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대부분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지 않는 한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설령 좀 문제가 있다고 해도 아이를 잘 훈육하면 되고 환경적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이나 습관만 고치려고 생각한다. 아이의 환경이 되는 부모 자신들의 태도나 성격의 문제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그냥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나 자폐 또는 신체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때때로 타인의 시선 때문에 마음 아파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함께 사는 가족들로부터 모진 말을 듣기도 한다. 장애아 부모 중에 특히 어머니는 더 심한 고통을 겪는다. 자녀의 장애를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들이 있는가 하면 시부모들에게서 학대를 당하는 경우도 보았다.


20년 전에 함께했던 발달장애 유아 어머니들의 진솔한 이야기나, 몇 년 전 대구의 한 성당에서 만난 자폐아를 둔 어머니들, 2017년 포항에서 했던 장애아동 어머니들의 사이코드라마에서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 세월이 흘러도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아직도 차갑고 냉정하다. 드러난 문제로 인해 장애아를 키우고 돌보는 것도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그들의 부정적인 편견으로부터 당당해지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나도 당당하게 살고 싶다."


아래의 내용은 자폐아동을 키우는 어머니가 사이코드라마의 주인공 경험을 하고 나서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메일로 보내준 것 중의 일부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많이 못 간 것, 배우고 싶은데 배우지 못한 것, 꾸미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친구들을 마음대로 만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것.”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다니던 교회도 나가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가끔 혼자 있을 때 하나님께 위로 손가락질을 하면서 나한테 왜 이러냐고 따지기도 했어요.”
“그날부터 무언가 달라진 나를 발견했어요. 데미안 소설에서 '껍질을 깨고 나온다'는 말처럼 한 꺼풀 벗은 나를 보았어요..... 그리고 나한테 이야기했어요. '고생 많았어. 그래도 네가 포기하지 않고 잘 살았고.. 앞으로도 잘해 낼 거야.'라고요. 요즘은 잠든 아이를 보면서 '이렇게 예쁜 아이가 나한테 왔구나. 내가 이 아이를 잘 지켜주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해요.”
“뇌성마비 아이를 11년째 키우는 엄마가 그랬어요. 네가 먼저 아이의 장애에 대해서 당당해져야 한다. 사람들이 물어보기 전에 네가 먼저 얘기하면 된다. 그러면 아무도 너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장애아 엄마로서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아보고 싶어요. 이러한 작은 시도가 모여서 아이가 좀 더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요. 제 주변에 있는 행복한 것들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내가 되고 싶어요.”


미국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동을 위한 부모 자조집단의 사이코드라마를 운영한 스카칼(Skacal,1993)에 의하면 사이코드라마는 심리적 외상의 치료적 측면에 굉장한 잠재력이 있으며, 집단원들의 진실한 결속과 사랑의 느낌을 촉진시키며 갈등의 해결, 상실의 경험에 의한 외상과 관련된 치유를 위한 지지 등에 커다란 기여를 한다고 하였다.


네덜란드 Studio Therapy Revolution의 사이코드라마 공연모습. www.studiotherapyrevolution.nl/about-psychodrama

삶의 진실을 확인하는 과정


사이코드라마를 개발한 쟈콥 레비 모레노(Jacob Levy Moreno. M.D.1889~1974)는 사이코드라마를 극적인 방법으로 주인공의 진실을 확인하는 행위 과학으로 정의하였다(Blatner 1997). 사이코드라마의 목적은 심리치료를 위한 정화(catarsis)와 통찰, 그리고 역할훈련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연구이자 각 개인에 대한 탐구이고, 집단과 개인을 치료하는 심리치료의 한 형태로서, 사이코드라마는 인간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민주적인 특징이 있다. 사이코드라마는 다섯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지는데, 무대, 주제 혹은 주인공, 디렉터, 치료적 조력을 위한 보조자 혹은 보조 자아, 그리고 관객이다.


사이코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집단원들 중에서 자발적으로 나오게 되며 보조자들은 주인공의 이야기 속에 필요로 하는 등장인물들이고 이들의 조력으로 ‘지금 여기’의 무대에서 집단지도자인 디렉터의 도움으로 과거의 장면들이 재연되거나 주인공의 삶에서 중요한 만남들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사이코드라마에서 집단원들은 든든한 조력자이며 치유자들인 셈이다.


사이코드라마의 과정은 집단원들의 자발성 활성화와 라포 형성을 위한 워밍업 작업으로 시작하여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실연(enactment)으로 무대와 청중이 분리된다. 주인공의 드라마가 종료되면 주인공은 다시 관객 속으로 돌아오게 되며, 나누기가 시작된다. 이때 집단원들은 보조자로서 관객으로서, 주인공과 함께 했던 시간 속에서 느낀 자신의 경험이나, 혹은 주인공과 같은 아픔이나 상처를 개방하기도 한다. 이 시간을 통해 주인공은 정서적 지지와 공감을 느끼며 집단속에서 힘을 얻어 한층 더 자유로워진 자아를 느낄 수 있다.


자기 개방을 통한 치유


사이코드라마는 극적이고 유머러스한 놀이 접근을 시도한다. 모든 집단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어떤 평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상황의 공유를 통해 주인공의 경험을 공연에 참여한 집단원의 진실로 공유한다. 중요한 것은 함께한 구성원들의 자기 개방을 통해 주인공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점이다.


블래트너(Blatner,1987)는 사이코드라마가 정서적인 문제의 해결과 문제의 명료화에 도움을 주며, 개인발달에 필요한 통합적인 기능을 제공해 준다고 했다. 특히 역할놀이를 통한 다양한 경험은 심리치료의 효과를 더욱 증진시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온통 넘쳐나는 문제 속에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장애아동과 부모들은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든든한 인간관계가 절실하다. 다행스럽게도 사이코드라마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애아 부모와 그들의 조력 관계 형성을 위해 사이코드라마를 활용한 집단이 더욱 많이 개설되기를 기원한다. mind


<참고문헌>   

Williams, A. (1998). Psychodrama and family therapy--what's in a name?. Journal of Group Psychotherapy, Psychodrama and Sociometry, 50(4), 139

Howard A. Blatner저 이근후 임계원 역. (1987). 『사이코드라마』,하나의학사.

Maria V. Bergmann. (2000) What I heard in the silence: Role Reversal, Trauma, and Creativity in the lives of woman, International Universities Press, Inc.

Peter Felix Kellermann저 한국사이코드라마연구소 역(1998) 『Focus on Psychodrama』 번역집, 한국사이코드라마 연구소.

최헌진. (1994) 『사이코드라마 교육교재』

진혜전. (1999) 「발달장애 유아 어머니를 위한 사이코드라마 집단프로그램 효과 검증」,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

Howard A. Blatner 저 한국사이코드라마학회 역. (1997) 『사이코드라마의 토대』, 중앙출판사.


진혜전 다온심리상담센터와 대구드라마치료연구소 대표 | 상담심리 전공

1990년 3월부터 26년간 대구광역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청소년 상담을 하였고 2017년부터는 대구에서 다온심리상담센터와 대구드라마치료연구소를 운영한다. 계명대 교육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였으며, 대구가톨릭대에서 사회복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사이코드라마소시오드라마학회 수련감독 전문가로 청소년 상담, 부모교육, 인간관계 갈등 해결과 정신장애 재활을 위해 사이코드라마와 소시오드라마, 통합예술치료 적용을 위해 관심을 갖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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