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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Jul 31. 2019

불안전한 행동이 매력적인 이유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산업 재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을 만큼 많은 사고로 고통받고 있다. 안전 불감증이 낳은 비극이다. 그렇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는 없다. 문광수 교수의 분석을 보면 안전 불감증이 불치병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2018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그 해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142명으로 전년 대비 9.5% 증가하였고 재해자 수는 102,305명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하였다(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9). 하루에 약 6명이 사망했고 280명이 재해를 겪었다는 얘기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3~8배 이상 높은 수치로, 한국은 여전히 '산업 재해 공화국'으로 불릴 수 있다.


페르낭 레제, 1881~1955, 「건설노동자들」, 1951, 165 x 200 cm. 레제는 불안한 건설노동자의 일상을 경쾌하게 묘사함으로써, 불안한 행동의 매력을 은유하고 있다

산업 재해나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원인이 '안전 불감증'이다. 그렇다면 정확히 안전 불감증은 무엇일까? 국어사전(오픈 사전)에 따르면 “모든 것이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며 위험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는 증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좀 더 과학적인 용어로는 위험 지각(risk perception)이 낮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안전 불감증의 원인


안전 불감증이 문제로 언급되는 이유는 이러한 안전 불감증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불안전 행동(risk behavior)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즉 위험하다는 생각이나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 불안전 행동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하인리히(Heinrich)의 사고 피라미드에서 찾을 수 있다. 하인리히는 사망사고(Fatality)가 1건 나기 전에 중대사고(Major Injury) 30번, 경미한 사고(Minor Injury) 300번, 아차사고(Near Miss) 3000번 그리고 불안전한 행동 혹은 상태가 30만 번 발생한다고 보았다.

즉 매우 많은 불안전 행동을 하더라도 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 지각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불안전 행동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사람들은 종종 무단횡단을 한다. 만약 무단횡단 1번 즉 불안전 행동 1번을 할 때마다 경미한 사고가 난다면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혹은 무단횡단 10번에 한번 정도 사고가 난다면 무단횡단을 할까? 아마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피라미드에 따르면 불안전 행동과 경미한 사고의 비율이 300,000: 300으로 약 1,000번의 불안전 행동이 발생하면 1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확률적인 수치로 1000번의 불안전 행동을 한다고 해서 1번의 사고가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다. 몇 천 번을 무단횡단하더라도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1,000번이 넘는 불안전 행동을 하는 동안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되면 사람들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위험 지각이 경험을 통해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위험 지각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위험요인이 반복될수록, 친숙할수록,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이득이 있을수록 위험 지각이 낮아진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은 처음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작업도 반복하고, 익숙해지고, 본인이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규칙이나 작업 순서를 지키지 않고 더 빨리 작업을 마무리할수록 위험지각이 낮아지게 된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전 불감증을 가질 수밖에 없고, 불안전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불안전 행동을 하는 이유


행동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안전 불감증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분석 방법이 PIC/NIC 분석이다. 이 분석은 행동 전에 특정 행동을 촉구, 유발, 유도하는 선행자극(Antecedent)과 행동 이후에 개인이 내적, 외적으로 경험하는 결과(Consequence)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그 행동이 왜 발생하는지 혹은 발생하지 않는지를 분석하는 방법이다. 특히 개인이 경험하는 행동의 결과에 대해 3가지 차원으로 분석한다.


P(Positive, 긍정적) - N(Negative, 부정적),

I(Immediate, 즉각적) - F(Future, 미래적),

C(Certain, 확실히 발생하는) - U(Uncertain, 발생이 불확실한).


아래 <표 1>에는 안전행동과 불안전 행동에 대한 PIC/NIC 분석 결과가 제시되어 있다. 한 여름에 개인보호 장비(안전모, 보안경, 안전화, 안전복 등)를 착용하고 있는 작업자를 생각해보면 이 분석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전행동을 하게 하는 선행 자극은 많지만 한 개인이 경험하는 주관적인 결과들을 살펴보면, 안전행동은 불편함, 작업 지연, 생산 압력 등 부정적인 결과가 즉각적으로 확실하게 오는(NIC) 경우가 많다. 반면 사고 예방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는 미래에 불확실한 결과(PFU)로 온다(사고는 개인의 행동 이외에 다른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비해 불안전 행동은 편함, 빠른 작업과 이에 대한 관리자의 인정 등 즉각적이고 확실하며 긍정적인 결과(PIC)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속 유지된다. 특히 불안전 행동을 했을 때 나타는 사고/재해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는 먼 미래의 불확실한 결과(NFU)이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표 1> 안전 행동과 불안전 행동에 대한 PIC/NIC 분석 결과 (* 분석 결과는 개인별로 다를 수 있음)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불안전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안전 심리학(Handbook of Safety Psychology)의 저자인 겔러(Geller)는 불안전 행동을 안전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Fighting with Human Nature”라고 표현하였다. 즉 인간의 본성과의 싸움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한 것이다.


위험지각을 높이는 전략들


그렇다면 안전 불감증을 감소시키고 불안전 행동을 안전행동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개인을 넘어 기업 전체 인원의 불안전 행동의 수를 고려한다면 작은 사고들이 꽤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에는 불안전 행동을 줄이기 위해 위험지각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험지각을 높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위험 요인을 기억할 수 있을 때, 사고 희생자가 주변인일 경우 더 위험한 것으로 지각한다. 또한 사람이 사고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이득보다는 손해가 많다고 생각할 때 위험지각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매일 작업 전에 위험한 작업에 대한 교육이나, 관련 작업 사고 사례(특히 사내, 유사 업종에서 발생한 유사 사고 사례)를 전파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한번 발생하면 결국에는 큰 손실이 된다는 것을 알려 줄수록 위험지각을 높이고 안전 불감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리고 불안전 행동에서 오는 긍정적인 결과를 상쇄시킬 수 있을 만큼 안전행동을 했을 때 충분히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교육, 표지만, 매뉴얼 등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선행 자극으로는 불안전 행동을 안전행동으로 변화시키기 어렵다. 대신에 조직 내에 안전행동에 대해 인정, 지지, 격려, 보상 등을 지속적으로 자주 제공해줄 수 있는 체계적인 안전 행동 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mind


   <참고문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2019). 『2018년 산업재해 발생현황: 산업재해통계』.

문광수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 산업및조직심리 Ph.D.

산업 및 조직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하고, 현재 중앙대 심리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산업 및 조직 심리학을 기초로, 직무 수행관리, 직업 건강/안전 심리, 임금관리 분야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업 강연이나 컨설팅에도 참여하고 있다. 역서로는 「산업 및 조직 심리학」(2018), 「직무수행관리」(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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