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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ug 08. 2019

나쁜 놈이 잘 나간다

허성호 한국산업기술대 전임연구원

허성호 한국산업기술대 전임연구원
어둠의 3요소인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은 우리들 삶 속에서 포식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혹시 당신은 그들과 얼마나 다른가?


우리 곁의 사이코패스


우리는 종종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행동을 보고 경악하기도 한다. 혹은 현실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가끔 뉴스를 통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사이코패스는 모두 감옥에 있을까? 아니다. 대학에도 있고, 관공서에도 있고, 심지어는 기업 중역실에도 있다. 이 말은 사실, 사이코패스 진단법을 만든 캐나다의 로버트 헤어 박사가 한 유명한 말이다. 박사는 이러한 사람들을 ‘우리 안에 섞여 있는 포식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심리학에서 ‘어둠의 3요소’(dark triad)라고 불리는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Psychopathy) 나르시시즘 (자기애, Narcissism), 마키아벨리즘(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 Machiavellianism)이 세 요소는 병리학적 성격 특성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우리 누구에게나 정상적으로 내재돼 있는 특질로, ‘상’ ‘중’ ‘하’로 정도를 구분할 뿐이지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 기능이다.


다시 말해, ‘상’으로 구분된다고 해서 직장생활이나 개인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 연구들은 반사회성을 내포하는 이들 성격 특성이 직장생활에 광범위하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보다 부정직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무모하고 잔인하다. 마키아벨리즘은 표면적 매력, 타인 조종, 속임수, 무자비, 충동성 등과 좀 더 관련이 있다. 즉, 이런 기질이 강한 사람은 보통 의지가 약하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든가 ‘앞서 가려면 이리저리 요령도 필 줄 알아야 한다.’는 식의 사고에 동의하는 경향이 크다.


나르시시즘은 자신감이 없고 불안정한 성향을 띠지만 과장과 자기 능력 과대평가, 타인에 대한 배려는 별로 없으면서 자기 권리만 챙기는 등 비현실적인 감정들과 관련이 있다. 반면에 나르시시스트는 매력적인 인물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카리스마는 흔히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나르시시즘의 면모로 묘사되기도 한다. 가장 전형적인 인물이 바로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라고 할 수 있다.


나르시시스트가 연봉이 높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나르시시즘은 연봉과 상관이 있으며, 마키아벨리즘은 리더십 및 직업 만족과 상관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무려 15년에 걸친 장기 연구에서는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즘의 성격을 띤 개인들이 조직의 상위층을 향해 가거나 경제적 성취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하게, 일부 추정자료에 따르면 병리적 수준의 사이코패스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기업 중역들에게서 3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업인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개념화한 초기 연구와도 일치한다.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기업인들은 근면히 일하고 심지어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불륜, 냉혈한 행위, 폭음, 위험한 짓을 감행’하는 등 만행을 주기적으로 저지른다고 강조했다.


나쁜 놈이 잘 나가는 이유


그렇다면 이런 나쁜 놈들이 잘 나가는 이유는 뭔가? 그 이유는 사이코패스의 경우 어두운 그늘 이면에는 분명히 밝은 빛의 영역도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성격과 부정적 성격의 공통점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외향성, 새로운 경험에 개방적인 태도, 호기심, 자존감은 ‘어둠의 3요소’라 불리는 성격 특성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게다가 이들 성격 특성의 성향을 띠는 경우 협동심과 이타심이 적어서 자기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와 마키아벨리즘적 성향의 개인들은 유혹과 협박의 기술을 둘 다 이용해 잠재적 경쟁자를 위협하고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둠의 3요소의 성격 특성을 띤 사람들이 훌륭한 배우인 경우가 많고 원나잇 스탠드 같은 단기적 성관계에서도 매우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이나 단체의 희생


하지만 이런 모든 개인적 성취는 조직이나 단체의 희생을 대가로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둠의 3요소는 분명 유용한 면이 있다. 나쁜 놈들이 잘 나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은 대가를 치러야 하며, 그 대가는 성공한 나쁜 놈이 아니라 조직이 치러야 한다. 진화론적 의미로 보면 이 성격 특성들이 ‘무임승차’의 본질이 되는 것이다. 정치적 의미로는 이런 기생충 같은 인간들은 환경이 오염되거나 타락할수록 더 잘 나간다.


일반적인 연구결과를 살펴보았을 때,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은 모두 비생산적인 근로 행위와 낮은 조직 시민행동과 함께 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스는 실질적인 직무성과와는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정당하지 못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즉, 다단계 사기, 인터넷 사기, 횡령, 내부거래, 부패, 불법행위, 등등은 모두 어둠의 3요소의 성격 특성들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마키아벨리즘과 조직적 시민행동


한편,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약할 때보다 중간 정도일 때 조직 시민행동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밝힌 연구들도 있다. 아마도 마키아벨리즘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정치에 요령이 있고 인맥관리와 상사 관리를 잘하기 때문일 것이다. 군 리더십에 관한 연구에서 최고의 리더들은 나르시시즘의 밝은 면은 발휘하되 어두운 면은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 리더들은 이기심과 자존감은 높은 반면 조작과 인상관리 능력은 떨어졌다.


이런 성격 특성들에게서 나타나는 어두운 성향을 우리는 힘의 과용에 빗대어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면모는 분명 유용하고 단기적 성과를 이끌어내지만 경각심을 갖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세 가지 성격 특성의 어두운 면은 우리 성격의 ‘부실자산’에 해당한다. 이런 부실자산은 분명히 경력한 무기로 활용될 수 있지만, 개인이 그런 무기를 내세워 승승장구할수록 조직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주된 목표가 단체나 조직이 경쟁자를 제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라면, 일반적으로 어둠의 3요소의 기질이 강한 리더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직장생활에서 성격은 중요한 윤활유 역할을 하지만 마키아벨리즘,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같은 성격적 특성은 개인에게는 효과를 발휘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조직 차원에서는 오히려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mind


<참고문헌>  

Spurk, D., Keller, A. C., & Hirschi, A. (2016). Do bad guys get ahead or fall behind? Relationships of the dark triad of personality with objective and subjective career succes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7(2), 113-121.

le, B., De Fruyt, F., & De Clercq, B. (2013). Expanding and Reconceptualizing Aberrant Personality at Work: Validity of Five Factor Model Aberrant Personality Tendencies to Predict Career Outcomes.. Personnel Psychology, 66(1), 173-223.


허성호 한국산업기술대 전임연구원 | 사회 및 문화 심리 Ph.D.

중앙대 사회문화심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사회문제, 자원봉사, 정보문화, 성인교육, 빅데이터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최근 고령사회와 디지털 정보문화 연구에 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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