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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 삶의 심리학 mind Aug 12. 2019

마음의 병은 뇌 질환일까?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과 박사과정

정신장애가 뇌 질환이라고 단언하는 논문이 발표되자, 반박글이 발표되는 등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각 입장의 핵심 주장부터 이해해 보자.


마음의 병은 뇌 질환일까요? 이 질문은 단순히 인간 행동과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이 정신적 문제를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친구에게 “너는 어떤 문제를 가진 사람이니?”라고 물을 때와 “너는 어떤 문제를 겪어 왔니?”라는 질문이 가정하는 전제는 많이 다릅니다. 정신장애의 증상』들이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스스로나 타인의 증상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Insel과 Cuthbert는 2015년 『Science』에 "Brain disorders? Precisely"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하고 '정신장애는 뇌 장애'라고 단호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지난해에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지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문이 게재되었습니다. 그 제목은 "Brain disorders? Not really: Why network structures block reductionism in psychopathology research"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첨예한 입장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각각의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정신장애는 뇌 장애다!


정신장애가 뇌의 장애라고 말하는 관점의 핵심은, 암 환자에게 암세포라는 명확히 관찰되는 병의 원인이 있듯 우리의 몸에 상응하는 신경회로의 이상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의 병,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은 특정 신경회로의 이상을 보인다는 연구가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기 때문에 ‘정신장애는 뇌 장애다!’라는 단호한 주장이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우울 장애’, ‘불안 장애’와 같은 진단명은 신경회로의 이상을 잘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경회로에 기반해서 정신장애의 증상들을 재개념화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역동적 상호작용이 더 중요


반대로 정신장애가 뇌의 장애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들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Borsboom과 동료들은 정신장애가 신경회로의 이상이라는 원인이 온갖 정신장애의 증상을 야기한다는 설명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울감을 겪는 이들이 보편적으로 보이는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는 신경회로라는 하나의 원인이 있었다기보다 증상 또는 환경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를 결근한 B 씨는 우울 장애의 진단에 고려하는 증상들이 순차적이고 역동적으로 발생했을 수 있습니다(연인과의 이별 --> 우울감--> 불면증 --> 집중력 감퇴 --> 업무 수행 차질 --> 자기 비난).


어떤 신경 회로가 이 모든 증상을 일으켰다고 보기에는 훨씬 더 복잡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마음의 증상은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증상은 다시 주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우울 회로’라는 하나의 ‘바이러스’나 ‘암세포’가 개인에게 침투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울 증상이라고 부르는 것들, 생각, 의도, 경험이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울증’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한다면 소위 정신장애로 불리는 병리적 현상은 이질적인 증상들이 개인마다 어떻게 다른 패턴으로 역동적으로 변하는지 쉽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래와 같이 단순화해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두 가지 주장 가운데 정답을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신장애는 뇌 질환인지 묻는 질문은 일종의 화두이며, 정신장애라는 복잡한 현상을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실제 생활에서 본인 또는 주변의 정신장애의 증상들을 접했을 때, 강력한 하나의 원인을 찾아나갈 것인지, 여러 증상 간의 인과적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를 깊게 생각해 볼만한 문제입니다. mind


   <참고문헌>  

Insel, T. R., & Cuthbert, B. N. (2015). “Brain disorders? Precisely“. Science, 348(6234), 499-500.

Borsboom, D., Cramer, A. O., & Kalis, A. (2019). “Brain disorders? Not really: Why network structures block reductionism in psychopathology research”.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42.


곽세열 서울대 심리학과 박사수료 | 임상심리

서울대 심리학과 임상심리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최진영 교수님이 운영하는 임상신경과학 연구실에서 어떤 노인이 인지기능과 건강한 뇌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어떤 요인으로 치매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뇌과학이 정신병리와 만나는 지점에 대해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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