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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Dec 21. 2021

delete키

컴퓨터를 하루에도 여러 시간 사용하다보니 이제는 펜이나 노트보다 컴퓨터 자판이 더욱 익숙해진 지 오래이다.

글을 쓰다가 문득 delete키가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글을 한참 써내려가다가 문장에 모순이 있거나 글의 전개방향이 마음에 안들어 상당량을 다시 써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는데,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던 시절에는 그 순간이 엄청난 좌절로 느껴졌을 테지만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delete키를 누르고 다시 써 내려 가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덕분에 글을 쓰기 전에 글의 방향같은 것을 구상하는 시간은 거의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예전보다 컴퓨터로 쓰는 글이 더 가볍고 진중하지 못 할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요즘 대기업에도 30대 임원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문득 delete키가 생각이 났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기업의 임원들은 다양한 경험을 겪으며 그것들을 극복해 낸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면서 경험은 그 가치를 상실하였고 이제는 미지의 미래 변화에 적응하고 또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사람의 가치를 좌우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니 경험과 실적에 의존하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던 중장년층은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으로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퇴보가 시작되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추억에 의지하여 남들의 인정을 받으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은데, 이런 본능을 극복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더욱 빨리 경쟁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미래교육이 창의력과 적응력을 키워주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달리, 중장년을 위한 미래대응교육은 과거에 과도하게 집착하려는 욕망을 억제하는 것에 주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그린 스토리가 어긋나고 있음을 발견하면 주저하지 않고 delete키를 누르고 새로운 스토리를 쓸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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