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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nsee Oct 05. 2023

치매어머니와 동행 8

카메라를 달다.

그 후로도 크고 작은 일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어머니께서 가끔 외출을 하실 때 일어났죠.

도어락을 열 수 있는 카드키의 존재를 잊어버리면 문을 열지 못하셨으니까요.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전화를 했고, 전화를 안 받으시면 무조건 어머니 댁으로 뛰어가는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때마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어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면 속이 상해서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저녁에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자꾸 머리 속에 어머니가 밤길을 서성이는 모습이 떠 올랐거든요.

그렇다고 그 늦은 밤에 전화로 어머니 안부를 물을 수도 없고...

아침에 눈을 뜨면 무조건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 목소리를 들으면 그제야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CCTV 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지만 차마 그걸 어머니 댁에 달 생각은 하지 못 했습니다.

어머니도 사생활이 있으신데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한번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어머니께 여쭤보았습니다.

어머니도 이제 건강에 예전같지 않으신데 카메라를 설치해야 안심이 될 것 같다고요.


어머니는 웃으시며 그런 것 필요없다고 단번에 거절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한동안 어머니 댁에 CCTV를 달 생각은 하지 못했죠.


그런데 어머니의 기억력이 점점 악화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CCTV를 달기로요.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 5만원 정도면 성능좋은 카메라를 살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은 월 2만원 정도면 사용할 수 있었고요.

카메라 구매자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진작 달걸 그랬다, 이제 안심이 된다 등등... 노부모님때문에 걱정하던 자식들의 호평이 가득 했습니다.


평가가 좋은 제품들 중에서 가급적 크기가 작은 카메라를 골라 결제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크기가 작아야 어머니가 눈치를 채지 못 하실 것이니까요.

카메라는 어머니의 안전 확인용이어서 그 용도에만 충실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화질이나 상하좌우 회전 등의 성능은 별로 필요가 없었습니다.


카메라는 주문한 지 이틀 만에 도착했고 박스를 풀어보니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용법도 쉬웠고요.

어머니가 보호센터에 가신 날을 잡아 인터넷 설치를 부탁하고 어머니 댁으로 향했습니다.


인터넷 설치도, 카메라 설치도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아마 30분도 안 걸렸던 것 같습니다.

카메라는 거실과 안방이 모두 잘 보이는 냉장고 위에 올려놨죠.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연결을 해 보니 폰의 화면을 통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더군요.

물론 굳이 그 카메라를 통해 어머니의 안전을 확인할 일이 자주 없기를 바랬지만요.


집에 돌아오자 신세계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9시쯤 카메라를 연결하면 어머니 댁 거실과 안방의 조명은 모두 꺼져 있고 안방 문도 닫혀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잠을 주무시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그러면 저도 안심하고 꿈나라로 향했고, 정말 오랜만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불편하신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분에게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는 카메라의 설치를 적극 권합니다.

아니, 권하는 것이 아니고 필수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첨단기술 시대에 집에 앉아서 경증 치매 어머니를 보살필 수 있는 것도 큰 복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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