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트위터
요즘은 각국의 최고 통치자들이 국민들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대세로 자리 잡은 것 같다.
특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사랑은 유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자유분방함으로 인해 가끔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에 트위터 사용을 자제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을 보면 앞으로 트럼프 말고도 사회적 위치를 무시하고 이해당사자들끼리 인터넷을 통하여 직접 교류를 하는 현상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런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마 중간에 위치한 권력자들일 텐데,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직접 정책의 방향 같은 것을 국민들에게 직접 발표하거나 댓글을 통해 국민들의 여론을 파악하는 행동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혼란이 발생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자신들의 권한과 권력이 상실되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초고급 정보를 독점하던 즐거움을 빼앗긴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세종대왕이란 분을 세계 역사상 최초로 최고 통치자와 백성들 간에 직접 대화 통로를 개통하려 했던 분으로 존경하고 있다.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발표를 하려 했을 때 극렬하게 반대한 것은 최만리를 비롯한 문신들이었고, 그 이유가 중국과 다른 문자를 사용하려는 것의 부당함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왕의 어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백성들을 오로지 글자 해독능력을 갖추었다는 이유만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즐거움을 빼앗기기 싫어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밖에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반대를 무릅쓰고 조선판 트위터 개통을 밀어붙인 세종대왕이 더욱 존경스럽게 생각된다.
아마 한글로 작성된 왕의 어명을 백성들에게 공개할 수밖에 없던 조선시대 관리들의 마음은 대통령의 글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우리와 동시에 읽을 수밖에 없는 지금의 고위 공무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