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문편지를 쓴 군인

첫 휴가의 추억

by comnsee

대학을 졸업하고 군 입대를 하다 보니 입대 동기보다 2살 정도 많은 상태로 입대를 하게 되었다. 나는 방공포병이라고 해서 유사시 미사일을 이용하여 적의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부대에 배치를 받았고, 근무 특성상 나지막한 산 위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부대는 그리 크지 않아서 부대원 모두를 합쳐봐야 50~60명 정도 되었던 것 같다.


1980년대라서 구타도 심심찮게 경험했고 힘든 훈련이 많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즐거운 날은 거의 없었다. 도리어 기상시간에 눈이 떠지면 그 날 하루를 어찌 보내야 하나 막막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자대 배치받은 지 몇 개월이 지나 첫 휴가를 나오게 되었다. 부대는 충청남도 안흥 쪽에 있었기에 동기 둘과 태안으로 나와 식사와 더불어 오가피주를 한잔씩 한 후 시외버스를 타고 지금은 없어진 용산터미널로 향했다.

어머니는 나를 무척 반가이 맞아주셨고, 보름 동안 가족과 또 대학 동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짐작하다시피 귀대 일이 다가오면 마치 지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마련이고 시간은 정말 쏜살같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빨리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데 귀대를 일주일쯤 남긴 날 갑자기 부대원들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지금도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여하튼 어떤 묘한 기분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소대장인 강모 소위에게 편지를 쓰고 남은 시간을 보내고 귀대를 하게 되었다.


휴가를 마치고 귀대하자 나는 화제의 중심인물이 되어 있었다. 소대장이 포대장인 박모 소령께 내가 편지를 보낸 사실을 보고 했고, 이 양반은 기분이 좋아져서 전 부대원을 집합시키곤 내 편지를 낭독했다는 것이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동료들이 보고 싶고, 지휘관들에게 감사하고, 남은 기간 열심히 복무하겠고 등의 뭐 그런 듣기 좋은 내용으로 가득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소대장인 강 소위는 얼마나 소대원들을 잘 통솔했으면 휴가를 나가서도 소대장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겠냐고 포대장에게 따로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로 휴가를 가는 부대원들은 은연중에 소대장들이 집에 도착하면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주기를 바라며 눈치를 주더라고 하면서 나를 원망하곤 했다.


휴가 나온 군인이 자기 부대원들에게 위문편지를 쓴 것이 보기 드문 일인 것만은 사실이겠지만 그 당시에 위문편지를 쓸 때는 나도 모르는 진지한 감정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분명 소대장에게 잘 보이려고 쓴 편지는 아니었으니 나도 모르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겠지.


가끔 그때 감정이 궁금해지고, 더 늙기 전에 그런 경험을 한 번쯤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싫어하고 회피하고 싶은 상대에게 뭔지 모를 이유로 감사함을 느끼고 그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지는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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