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이원영 (위즈덤하우스)
수십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그만
나의 닉네임이 보여주듯 나는 펭귄을 좋아한다. 그렇게 집어든 책이었다. 하지만 책 표지의 저 말부터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넘어지면 어때, 미끄러지면 어때. 펭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걸. 너도 다시 일어나면 되는 거야'라고 말이다.
책의 곳곳에는 펭귄들의 귀여운 사진들이 넘쳐난다. 빙하의 경이로운 장관도 탄성을 자아낸다. 저 풍경들과 펭귄들을 마음껏 보고 온 작가가, 자연을 바라보며 사색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작가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얼음이 끝나고 바다가 나타나는
경계의 빛깔은 오로라를 닮았다.
····(중략)····
하지만 실제로 온도계를 넣어보니
바다는 영하 1도였다.
····(중략)····
비록 바다 겉으로 드러나 있진 않지만
펭귄은 그 안에 풍요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얼음 끝에서 주저 없이
바다 위로 몸을 맡기고
뛰어내릴 수 있다.
인간은 때로는 자연으로부터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바닷속에는 물고기, 새우 등 먹이도 있지만 바다표범, 범고래 같은 무시무시한 천적들도 있다. 펭귄은 저 푸른 물결이 위기이자 기회의 바다인 것을 알고 있기에 바다 위로 몸을 맡기고 뛰어내리는 모습을 그저 그들의 삶으로 보여준다. 그런 펭귄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세상도 똑같다고 느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도 실패도 성공도 있다. 위기와 고난의 순간도, 기회와 용기의 순간도 있다. 우리는 세상에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안다. 정보도 마음만 먹으면 찾아낼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우리는 두려워한다.
언제 물 밖에서 서성거렸냐는 듯,
일단 물속에 들어간 뒤로는
유유히 바닷속을 누볐다.
아무리 하기 싫던 일이어도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때가 있다.
용기를 잃고 희망을 잃고 절망감에 허우적거리는 때가 많아진 요즘 우리도 그저 펭귄처럼 주저 없이 삶에 몸을 맡기고 뛰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다.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때가 더 많지 않았던가.
아델리펭귄 3마리가
바닷가에 자리를 잡았다.
캠핑텐트 근처에 있던 녀석들인데,
내가 조사를 나갔다가
식사를 하러 돌아올 때까지
6시간이 넘도록 같은 자리에 있었다.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가도
어떤 때는 한없이 정적이다.
····(중략)····
장시간 조사를 하느라 지쳐있던 나는
이 펭귄들을 보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쉬어야 내일 조사를 할 수 있다.
쉴 수 있을 때 쉬자.
자연으로부터, 펭귄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는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 번쯤 오래된 고목을 보고 우리가 깊은 사색에 빠져 깨달음을 얻듯이 작가도 펭귄을 보고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어간다.
때로는 쉼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모든 잡념을 내려놓고 몸의 긴장을 풀고 멍하니 창밖을 본다. 가을이 왔다. 잔뜩 과열된 뇌가 차분히 식어간다. 자연이 이 평화로운 순간이 오늘 하루에도 주어졌음에 감사한다.
펭귄을 살리기 위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당장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책의 상당한 지면을 차지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전체 황제펭귄의 86%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당장 노력하지 않으면 지구의 온도는 상승할 것이고 펭귄들은 멸종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펭귄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의 평상시 행동을 다시금 뒤돌아봤다. 무심코 사용하는 일회용품, 아무 생각 없이 편하면 장땡이라고 사용하던 에어컨과 전자기기들, 일회용품들.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매번 저 좋을 대로 사는 중국과 미국이 있는데 나 하나 바뀌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라는 회의적인 사고에 빠져있던 적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분리수거를 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더라도 저들이 이미 마구잡이로 쓰레기를 버리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보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며 꺠달았다. 나 하나 바뀌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가 아니었던 것이다. 나 한 명이라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 펭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변화해야 한다. 다시금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적 삶의 태도가 있는지 고민해 본다.
펭귄의 시간은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 주어진 시간을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낸다.
이 구절이 왜 이렇게 짠하고 마음을 찡- 하게 울렸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들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다. 그러나 펭귄들은 그 시간을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낸다. 그들의 성실함은 압축된 시간에 맞게 작용한다. 그런 그들의 성실함은 누군가에게 삶에 대한 성찰을 준다.
한 마리의 펭귄이
남극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말 다양한 생존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펭귄은 남극에서 그저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나에게 무언가 가르칠 생각도, 어떤 영감을 줄 의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펭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새끼를 돌보는 모습에서 성실함을 배웠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얼음 위를 묵묵히 걷는 모습에서 경외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봤다.
작가님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본받고 싶어졌다. 우리 주변의 자연들도 펭귄들과 마찬가지이다. 때가 되면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낙엽이 진다.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느꼈고 문득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만의 노력과 묵묵한 성실함들이 그 모든 것들이 느껴졌다.
단풍이 아름다운 건 그 모든 결실을 맺어 난 이들의 조화로움이 인간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펭귄의 삶이 그렇듯 우리 주변의 나무들도 말이다.
검푸른 바다 위 반짝이는 별빛 사이로
펭귄이 날았다.
밤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처럼
유유히 바다를 가로질렀다.
바다를 나는 새로 불리는 펭귄은 나에게 늘 깊은 영감을 준다. 육지에서는 더디고 뒤뚱거리며 다닐지 몰라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는 날아다니며 바다 곳곳을 가르는 모습은 내게 많은 교훈을 준다. 펭귄은 나의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자 바다를 나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펭귄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이원영, 위즈덤하우스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