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책을 단숨에 다 읽었다.
이내 심장부근이 갑갑했다.
처음은 호기심이었다. 경하가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궁금했고 결국 인선의 새를 구할 수 있을 지 궁금했다. 어느순간부터 그런 건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 책 초반에 나는 어렴풋이 짐작했다. 이미 눈치챘던 걸지도 모른다. 제주의 4.3사건을 모티브로 쓴 소설이라고 말이다.
생생한 묘사와 표현력 있는 문장들에 내 정신은 압도되었다. 내가 겪은 경험들 속에 녹아들며 소설 안 순간순간들을 함께 겪었다. 경하가 느끼는 오감 대로 읽는 빠르기가 훅훅 바뀌었다. 경하가 뛰면 나도 책장을 넘기는 순서가 빨라지고, 눈발을 헤쳐 겨우겨우 걸어나가면 나도 책장이 눈 속에서 발을 떼듯 느려졌다.
그리고 이내 마음이 답답했다. 무심코 역사의 일부분이라 넘기던 내 스스로가 우주의 아주 작은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여전히 그들이 내쉰 숨결은, 그들의 한(恨)은 공기 중에 떠다닌다. 평소 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상상만으로도 그렇게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면서 남들이라고 금을 선명히 긋고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이 다름이난 바로 나라는 것을 인식했다.
독자가 곧 경하였다. 가벼운 깃털같은 눈속에 두고 싶고 묻고 싶지만 우리는 끝내 아니 반드시 쓸고 닦아 두 눈으로 봐야한다. 상자는 열렸고 지도와 신문스크랩들은 이미 펼쳐졌다.
<제주4·3사건>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비록 나는 소시민이지만 그럼에도 인선은 내가 그들을 마주 볼 수 있게 했다. 상상도 하기 싫고 그 일이 왜 발생해야만 했는지 인간의 잔혹성에 분노가 일어나지만 이미 그들은 저 백골로 남아있고 지금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절대로 현실에 그들과 같은 이들을 만들지 말자. 앞으로도 그런 이들이 우리 곁에 있지 않기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 우리가 앞서서 두손 가득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유가족이란 이름 아래 왜 한참도 전의 일을 계속 들먹이느냐고 뭐라 하지말자.
그리고 그들을 맘속 깊이 응원하고 또 그들의 짐을 나눠갖자. 인간이라면 그렇듯 추모하고 그들의 명복을 간절히 빈다.
그렇게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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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사진출처 : pixabay
인용출처 : 4.3 종합정보시스템 /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문학동네
본문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