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인플루엔셜)
당신의 후회의 책에는 어떤 후회들이 적혀 있나요? 당신이 선택하지 못한 후회를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과 결정들을 되돌리고 싶나요?
한번쯤 그 당시 이랬었더라면, 만약 내가 이랬더라면 같은 후회를 하고 산다. 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무한한 가능성의 마법 도서관에 갔다. 12시라는 특정한 시간 아래 끝없이 펼쳐져 있는 책들의 무한한 공간. 그리고 단 한 명의 사서.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장편이지만 에피소드 형식, 에피소드들을 묶은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장편소설인 듯한 느낌이다. 마치 내꺼인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썸과 같은 소설을 읽다보면 마지막에 결국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삶을 이해할 필요 없다.
그냥 살면 돼.
많고 많은 햇살 같은 말들중에서도 내 마음을 가장 깊게 파고든 말이 바로 이거였다. 나는 그동안 삶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내 삶의 목적이 궁금했다. 때론 삶의 허무함도 느끼기도 했다.
소설 초반 우울증에 걸린 노라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감정이 올라왔다. 그건 마치 남들에게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을 노라가 갖고 있어서였다. 자책하는 노라, 후회하는 노라, 주변 이들에게 상처만 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가득 찬 노라.
그런 노라는 다름 아닌 내가 이따금 느끼던 감정과도 유사했다. 소중한 시간들을 SNS로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나,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후회하는 나. 주변사람들에게 상처주는 말을 했던 나.
그렇기에 불편한 거울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반복되는 삶 속에서 노라가 깨달음을 얻어가듯 나 또한 노라의 삶을 읽어가며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갔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하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
한동안 인터넷에 유행하는 말이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건 키즈모델 뿐이야, 다른 무엇이든 될 수 있어, 화이팅!'
재미있는 문장이지만 나는 그 안에서 따뜻한 마음과 응원을 느꼈었다. 뭐든 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가능성이 무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면서 반복되는 삶속에서는 잊고 살기 쉬운 말이다.
작가는 무한한 시공간을 여행하는 책들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직접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더 깊게 와닿는다. 막연히 '나는 가수가 될 수도 있어'가 아닌 콘서트장에서 뛰고 열광하는 장면과 벤을 타고 인터뷰 하는 매체 밖 뒷 모습까지 세밀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미래를 직접 꿈꾸게 만든다.
살아보지 않고서는
불가능을 논할 수 없으리라
내 인생을 돌아보면 늘 내 뜻대로만 살아진 건 아니었다. 어린시절의 나는 내가 지금처럼 커있을 줄 하나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미래의 내가 어디에 있고 무슨 일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아무도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우리 앞에 무한히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는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과학적 설명을 덧붙이며 평행우주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송하여 정확히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양자 역학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다. 그러나 양자 중첩 등으로 인해 우리는 삶의 선택 과정에서 끝없이 가지를 펼쳐나가며 다양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삶에는 본질적인 내 자신이 있다.
또다른 삶을 사는 우리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을지 나쁠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살지 못한 삶들이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삶도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는 거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본질적인 내 자신, 숨쉬며 살아가는 지금 이순간,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살지 못한 삶들을 후회하며 새로운 길을 선택하지 못한 내자신을 탓하며 자책하기 보다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메시지였다.
물론 모든 곳을 다 방문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을 다 만날 수 없으며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삶에서든
우리가 느끼는 감정(사랑, 웃음, 두려움, 고통 등)은
대부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중략)·····
우리는 한 사람이기만 하면 된다.
나는 욕심이 많다.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싶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 생애동안 해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승리의 감정도 느끼고 후회의 감정도 느끼는 한 사람이다.
이 구절이야말로 후회로 가득 차 회한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가장 큰 위로일 것이다. 우리는 결국 현재를 살고 있고 한 사람으로 살아있다.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우리는 살아있다. 후회의 책의 문구를 지워나가며 현재를 살자. 그리고 남들에게 친절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살아보자.
그렇게 나는 해보지 못한 과거의 후회 하나를 후회의 책에서 지워간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인플루엔셜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