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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Jun 24. 2024

날지 못하는 새, 펭귄의 속마음




날지 못하는 새, 

펭귄               




 펭귄은 날지 못하는 새다. 날개가 있지만 날 수 없다. 


 펭귄은 먼 수평선을 바라본다. 저 먼 수평선 너머로 날아다니는 새들을 본다. 그리고 자신의 두 날개 죽지를 내려다본다. 조금은 침울해진다.


 펭귄도 안다. 펭귄으로 태어난 인생, 펭귄으로 살다 펭귄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펭귄도 안다. 펭귄도 펭귄만의 삶과 펭귄만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러나 펭귄도 마음이 있다면 한번쯤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지 않았을까. 나도 날개가 있는데 하곤 새들을 보며 파닥파닥 날개를 퍼덕여본 적은 없었을까. 


 꿈속에서 한 번쯤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보는 펭귄이 되어보지 않았을까. 자기들 주변으로 훨훨 날아다니는 새들을, 창공을 마음껏 둘러보는 새들을 한 번쯤 부러워해본 적은 없었을까.





 나라는 펭귄은 그랬다. 다른 새들을 부러워 했다. 사실 부끄러울 정도로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존재가 나였다. 이런 저런 콤플렉스 덩어리가 나였다. 타고난 것에 비해 욕심만 많은 욕심보 덩어리가 나 그 자체였다. 


 용기 내어 고백한다. 


 날지 못하는 새, 펭귄에 대해 날지 못하던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 좌절과 절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나와 같은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에게,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치유와 진정한 나 자신의 발견이 되기를 바라본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알껍질들


: 학벌 콤플렉스






 고백하건대 나에게는 학벌 콤플렉스가 있다. 나는 누구보다 학벌 위주, 연공서열 위주, 지연·학연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을 혐오한다.



―.



 하지만 가장 혐오스러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남들이 학벌에 대해 허세를 부리고 행동하면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나 스스로 학벌에 대해 신경 쓰고 의식했다. 속으로는 학벌에 대한 자존심이 무너져 내려 끙끙 앓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 그런 나 스스로의 위선에 지독히도 환멸이 났다.





 나이를 먹으면서 수능 말고도 지난한 실패들을 겪었다. 그래서 괜찮아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쪽팔리지만 나는 여전히 학벌에 예민하게 굴었다. 남들과의 대화에서, 사회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스스로와 툭하니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학벌에 대한 자존심이 똘똘 뭉친 사람이 되었을까 물어보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나는 왜 학벌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었을까.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한다. 나의 콤플렉스는 억울함, 사회적 편견, 자만심, 허세, 자존심 등등이 얽히고 섥혀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본래 나는 공부를 그럭저럭 하던 학생이었다. 너무 못하지도 않고 너무 잘하지도 않았다. 사실 노는 게 제일 좋은 뽀로로 펭귄이었다. 친구들이 최고고 떡볶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학원은 가기 싫고, 부모님의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은 평범한 중·고등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느닷없이 공부의 즐거움을 깨달아버렸다. 안다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문제를 풀고 맞출 수 있는 순간 순간들이 신이 났다.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참 꼰대 같은 발언이지만 당시 나는 학문의 즐거움을 깨달아 버렸다. 문제는 그 시기가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직전이었다.  


 이제야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다니 억울했다. 우선 남은 기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공부해야 할 과목은 산더미였고 부족한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만 갔다. 수능에서 나는 결국 목표한 점수에 미치지 못했다.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었다. 





서러웠다. 나는 더 공부하고 싶은데 졸업이 다가왔다. 


 이제야 무언가를 알게 되는 기쁨을 깨달았는데 여기에서 그만두기 너무 아쉬웠다. 적어도 내 한계가 어디인지 알고 싶었다. 나도 이왕이면 남들 다 아는 명문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세상을 배우고 싶었다. 공부에 미친 지금 상태라면 충분히 재수도 가능할 것 같았다. 


 부모님을 앉혀두고 설득했다. 나에게 딱 1년만 달라고, 그렇게 사정을 했다. 


 부족한 살림이었다. 그러나 부모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를 스스로 하겠다는 자식이 기특했나 보다. 부모님은 내가 재수할 수 있도록 1년간의 학원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해주셨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던 시절을 꼽아보라면 당연 재수를 하던 1년을 꼽을 것이다. 지금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말하면 가기 싫을 정도로 정말이지 최선을 다해 살았다. 단연코 입시 공부에 오로지 몰입했던 시기였다. 스스로를 가열차게 채찍질하고 몰아붙였다. 


 그때 나는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공부를 했다. 졸리면 서서 공부했고, 그래도 졸리면 허벅지를 꼬집어 멍을 여러 군데 내며 때론 무식하게 공부했다. 


 화장은 무슨, 옷은 늘 다 늘어난 체육복이었다. 언제나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 할까. 문제를 어떻게 잘 풀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만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성적은 가파르게 올랐다. 한동안 충분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성적이 꾸준히 나왔다. 


 스스로가 뿌듯했다. 나도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점점 붙었다. 고지가 눈앞이었다. 



―.



 가을이 되고 수능이 점차 다가왔다. 이제는 나의 성적이 어느 정도 궤도를 올라왔다는 생각에 자만했고 방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뒷심이 부족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그렇다. 나는 수능을 망쳤다. 제대로 망쳐버렸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살고 싶지 않은 시기 중 하나가 이 순간이었다. 그 순간의 절망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나라는 사람은 해도 제일 중요한 순간에 고꾸라지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그 생각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좀먹고 들어갔다. 



 딱 한 번만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이 삶이 반복될까봐 무서웠다. 나에게는 돈도 시간도 없는데 공부를 더 하는 건 내게 사치같아 보였다. 


 그렇게 한동안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비참함에 둘둘 쌓여 시간을 보냈다. 즐거웠어야 할 대학 신입생 시기, 나는 스스로에게 반성의 시간을 준답시고 재수할 때처럼 다 늘어난 체육복을 입고 대학교 공부에 매진했다. 성적 장학금이라도 타서 부모님께 안겨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다른 이들의 출신 대학을 들을 때면 조금씩 슬퍼지고 스스로가 미워졌다. 나도 할 수 있었는데, 자만하지 말걸, 방심하지 말걸,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 감정은 점차 질투로 변질되었다. 나는 못간 대학을 상대방은 갔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절망했다. 


 그렇다. 그런 못난이 인간이 바로 나였다. 





글을 적으며 깨닫는다. 그 때의 나는 정말 어리석고 안쓰러웠구나. 많이 속상했겠구나 스스로를 다독여준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살아가며 지난한 실패들을 겪고 또 겪으면서 깨달았다. 사실 실패는 정말 많을 수도 있구나. 하지만 그 실패를 겪고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제일 중요하구나. 




 지금 생각하면 나의 콤플렉스는 그 때의 실패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실패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지금의 나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콤플렉스가 있기에 더 열심히 살았다. 실패한 만큼 더 많이 배우려고 했고, 더 많은 경험을 쌓고자 했다. 내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연습을 했다. 


 아직 나의 콤플렉스는 여전하다. 하지만 많이 옅어졌다. 하지만 언제고 내 마음이 약해지면 다시금 튀어나오는 용수철 인형처럼 튀어나와 나를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펭귄으로써 이 세상을 살아낼 것이다. 






펭귄은 하늘을 날지 못한다. 하지만 펭귄도 날 수 있다. 펭귄도 바다 속을 날 수 있다.  


나도 언젠가 마주할 나만의 바다를 꿈꿔본다. 나도 그곳에서 나의 날개를 퍼덕이며 재빠르고 멋지게 날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midjourney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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