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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Jun 12. 2024

당신은 사랑받기 충분한, 등불같이 빛나는 사람입니다

[책 리뷰] 밝은 밤, 최은영 (문학동네)


 책이 주는 가장 커다란 힘 중 하나는 바로 공감이다. 그들의 삶에, 그들이 뱉는 삶의 숨결에, 그들이 내뱉는 말 한 마디에 우리는 울고 웃으며 공감한다. 


 나는 공감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나의 얕디 앏은 경험으로 미루어서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공감의 참된 의미이지 않을까.




 


 책 <밝은 밤>은 고조모-증조모-할머니-엄마-딸 로 이어지는 관계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살아낸 시대와 삶의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지연은 외할머니 영옥과 조금은 서툴고 어정쩡한 관계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평범한 외할머니와 손녀 관계라기보다는 거의 남남에 가깝다. 아픔을 가진 자들은 서로에게 그어진 선을 조심스레 지킨다. 


 그러나 오히려 그 둘은 서로가 낯설었기에 고조모의 삶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두 사람만남 속에 고조모 삼천이 아주머니와 새비 아주머니의 삶이 점차 녹아든다. 



 


 역사는 사람들에게 상흔을 남겼다. 깊고 짙은 상흔은 질기고 끈질겼다.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단단했고 오롯하고 정감이 넘쳤다.


그냥 가끔은
모든 게 다 꿈만 같아


 상처는 점차 상처를 치유한다. 삶은 계속되는 상처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삶을 계속 살아가도록 나아가는 힘은 결국 우리들 자신 안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존재한다. 





 주인공 지연의 삶에 공감한다. 자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는 사는 법을 몰랐던 그녀의 모습이 꼭 나같아서 마음 한줌이 더 가고 이해가 된다. 때로는 그녀가 가진 아픔을 차마 알 길이 없어 그저 내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그녀의 등을 조곤조곤 토닥인다. 때로는 그녀를 부러워한다. 할머니가 어렵고 낯선 나는 할머니와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주인공 지연이 부럽다. 



 새비 아주머니의 마음이 너무도 고와 부드러이 마음결로 쓰다듬는다. 새비 아주머니의 삶의 굴곡에 함께 아파하고 눈물짓는다. 새비 아주머니와 삼천이 아주머니의 우애를 통해 나의 우정을 가만히 돌이켜본다.





 책은 오늘도 달빛이 찬찬히 비치듯 우리의 어둔 마음을 밝고 환하게 비춘다. 삶이 어둡고 컴컴한 밤 같을지라도 세상이 온종일 마냥 깜깜하지만은 않다. 서로는 서로의 등불이다. 하늘의 달도 우리 주변의 가로등도 늘 그렇게 우리를 비춰준다. 


 그렇게 우리들의 밤은 캄캄할지라도 밝게 빛난다. 







인생의 동반자,

친구의 존재




 친구의 존재는 감사하다. 소중하다. 우리들에게 꼭 맞춰 적지도 많지도 않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이다. 커다랗고 넓은 지구에서 때마침 이 시간에 이 공간에 나와 함께 고락을 나누는 소중하고 귀한 인연의 존재다.


주인공 지연에게는 지우가, 엄마에게는 명희 이모가, 할머니에게는 희자가, 고조모에게는 새비 아주머니가 있다. 그들의 끈끈한 연대는 때로는 가족보다 단단하다. 우리는 피로 섞인 가족에게는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넌 사랑받기
충분한 사람이야 





 책을 읽으며 내게 있는 인생의 소중한 친구들이 하나 둘 생각났다. 친구란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곁에 항상 함께하는 이들이다.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공간을 나누는 이들이다. 


 새비 아주머니와 삼천이 아주머니가 서로 주고받던 편지가 마음에 남는다. 친구가 부디 삶을 포기하지 않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또 쓴 삼천이 아주머니의 마음을 바라본다. 그런 삼천이 아주머니의 마음을 고이고이 간직하고 진심을 다해 상대를 아껴 준 새비 아주머니의 사랑을 마음 다해 느껴본다. 






 나는 습관처럼 나의 바람을 하늘에 올려보낸다. 한번 친구 얼굴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그 사람이 행복하도록, 오늘 하루 고된 일이 있으면 다 날라가버릴 수 있도록 바라고 또 기도를 한다. 


 오늘도 난 나의 친구들을 위한 기도를 바람에 실려 보낸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냈기를, 그들다운 빛깔로 반짝이며 하루를 보냈기를 바라본다. 







모녀 갈등의

오랜 서사들




 모녀 갈등은 어느 시대이고 주된 갈등 소재다. 나 역시도 딸로써 엄마와의 숱한 갈등을 벌여온 세월이 있다. <밝은 밤>에서도 역시 모녀간의 갈등이 묘사된다.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엄마와 주인공 나 사이에는 무언의 깊은 골짜기가 있다. 


자식은 엄마가 전시할 기념품이 아니야.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엄마의 바람이, 단지 사람들에게 딸을 전시하고 싶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우리에게는 모두 엄마가 있다. 할머니에게도 엄마가 있고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다. 엄마와 자식, 엄마와 딸의 관계는 늘 그렇듯 깊은 갈등의 세월이 있다. 


 엄마는 딸을 사랑한다. 엄마는 자식에게 자신의 바람을 투영한다. 딸은 엄마를 사랑한다. 딸은 엄마의 바람이 얼마나 깊은 마음에서 우러나왔는지를 알기에 그런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다. 


 엄마는 딸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지난 날 자신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기를 원한다. 딸은 엄마가 행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을 딸로서 구속하고 집착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향한 애정이 무기가 되어 서로를 찌를 때까지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까지 그들의 사랑은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아마 <밝은 밤>에 나온 지연과 엄마도, 엄마와 할머니도 그렇지 않을까. 


때로는 친구보다 가깝고 친밀한, 때로는 남보다 더 멀어지고만 싶은 엄마와 딸의 관계, 늘 그렇듯 모녀 관계는 참 어렵다. 그것이 여성이라는 큰 틀의 역사적 서사에서 바라본다면 더더욱 어렵다. 

 

 나는 죽을 때까지 그 끝을 모를 것이고 엄마도 평생 이런 딸의 마음가는 끝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 딸 이라는 이름 아래 해묵은 감정을 꼬깃꼬깃 집어넣고 오늘도 그네들을 부르고 또 부른다. 서로 잔소리를 듣고 상처도 주고받고 사랑도 주고 받는다. 







 내가 딱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당신도 당신의 엄마도 당신의 딸도 모두 사랑받기에 충분한, 등불같이 빛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을 위해 나의 바람 한 꼭지를 접어 하늘로 날려 보낸다. 당신의 삶이 행복하기를, 당신 다운 순간들로 반짝이기를, 어둔 밤을 밝은 밤으로 바꾸는 빛이 되기를 마음 다해 바라본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midjourney

인용 출처 : 『밝은 밤』최은영, 문학동네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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