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별펭귄 Jul 08. 2024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펭귄 꺅꺅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강아지 멍멍, 고양이 냐옹냐옹, 염소 음메에,


 펭귄  .....????




어라, 펭귄은 어떻게 울까. 펭귄의 울음소리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나의 사랑

의성어, 의태어




 사실 나는 의성어, 의태어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내가 우리말을 사랑하는 이유는 풍부한 의성어, 의태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유년시절 의성어, 의태어를 처음 알았을 때의 충격과 두근거림을 잊을 수 없다. 어린 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 역시 "삐약 삐약 병아리~ 음메 음메 송아지~" 였으며, 선생님께서 선창하고 아이들이 후창하는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구호에 그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목소리 높여 외친 사람이 바로 나다. 






내게 의성어, 의태어는 마법이었다. 소리와 모양, 몸짓을 글과 말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신비와 모험의 단어들이었다. 각각의 모음의 형태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감이 달라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웠다. (깡총깡총은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라면 껑충껑충은 다소 무겁고 부피가 큰 동물이 뛰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나의 의성어, 의태어 사랑은 고전시가 후렴구, 추임새 등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는 마치 우리나라 고유의 주문 같았으며, '어기야 어강도리 아으 다롱디리'는 추임새의 끝판왕이었다. '어기야 디어 라차' 같은 힘찬 후렴구에는 듣는 나 역시도 힘을 박차오르게 했다. 






 나이를 하나 둘 먹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운 나이가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만큼 의성어, 의태어를 자주 사용할 수 없었다. 나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의성어, 의태어를 더이상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과 다름없었다. 

 

 한번은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나도 모르게 대화 중 의성어를 사용했다가 지금 귀여운 척하냐고 친구에게 한 소리 들었다. ― 물론 나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 그 때는 그저 습관처럼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는데 친구의 말에 속상하기도 하고 아직 내가 유아기적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나의 언어 습관을 돌이켜보며 자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의성어, 의태어가 좋았다. 단어가 주는 몽글몽글한 어감과 리듬감을 놓칠 수 없었다. 동어반복에서 오는 경쾌감과 흥겨움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의성어, 의태어를 원기옥 마냥 아끼고 아껴서 정말 친한 사람들,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만 터뜨리며 살았다. ―나만의 새로운 유행어, '멍꽥삐약짹' 따위를 만들며 말이다. ― 서스럼없이 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하는 어린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그래도 나는 나이를 이만큼이나 먹은 어른인데 하곤 되도록 말을 많이 아끼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글을 읽고 쓰게 되었다. 글은 상대적으로 의성어, 의태어가 주는 귀여움이 덜하다. 때로는 오히려 시적 표현, 매력적인 표현으로 대우받을 수도 있다. 간만에 나는 눈치를 덜 보의성어, 의태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속에 있는 의성어, 의태어들을 맘껏 맛보고 즐기고 때로는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뭉게뭉게 뭉게구름, 졸졸 흐르는 물과 그 위에 유유자적하니 둥둥 떠다니는 오리들, 봉긋하게 부풀어오른 빵들, 몽글몽글해지는 마음들 등등.


나의 삶과 글은 다시금 의성어, 의태어로 다채로워졌다. 단어들이 주는 리듬감과 경쾌함에 다시금 덩실덩실 어깨춤을 절로 추게 되었다. 







펭귄 꺅꺅




 의성어, 의태어가 주는 묘미를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재를 잡고 이 글을 썼다. 하지만 글을 쓰다가 알게 되었다.


 나는 펭귄 울음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가. 정작 펭귄 울음소리마저 표현할 줄 모르는 펭귄 사랑꾼인 내가 과연 의성어, 의태어의 아름다움을 논할 자격이 있나.



―.


 


그렇게 펭귄 울음 소리에 대한 나의 고찰은 시작되었다. 






 다큐멘터리, 인터넷 등을 통해 펭귄 울음소리는 많이 들어봤다. 펭귄 소리는 평범한 새 소리 같기도 하고, 인간의 구강구조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릉그릉'  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서 접하기 힘든 동물이라서 그런지 우리나라 말에는 펭귄 울음소리로 딱 정해진 의성어가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펭귄 울음소리를 쉽게 유츄해내기 힘들어 하는 듯하다. ―우어어엉, 꽥꽥, 꾸어어어, 쀼와악 등등 나의 엉뚱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을 해준 주변 이들에게 사랑을 담아 이 글을 쓴다. ―


   


 


 펭귄도 운다. 물론 그들도 시시때때로 저마다 다른 울음 소리로 운다. 그런 펭귄들의 울음소리를 대표하여 의성어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



 오늘부터 나는 펭귄이 내는 소리를 꺅! 이라는 의성어로 표현하기로 한다. 



펭귄 꺅꺅!!



마치 사람이 무언가 좋거나 진귀한 장면을 보고 꺅! 하고 외치는 듯하여 기분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 기분 좋은 일들을 많이 많이 겪었으면 하는 마음, 진귀한 것들을 많이 보고 듣고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펭귄 울음소리에 가득 담아본다.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그 중에서도 리듬감있고 경쾌한, 기분 좋은 의성어, 의태어들이 자주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방긋방긋 많이 웃고 때로는 덩실덩실 춤도 추며 하루하루 충만한 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오늘 내가 쓰는 이 글도 누군가에게 다가가서는 한 줌의 반짝이는 빛이 되기를, 고단한 하루 끝에 스르르 미소짓는 찰나의 순간을 선사하기를 마음 가득 바라본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midjourney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이전 12화 펭귄 하이웨이, 모험을 떠나려는 펭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