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별펭귄 Jul 24. 2024

읽는 펭귄 그리고 쓰는 펭귄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글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쓴 글은 가치가 있을까. 스스로와 약속한 시간, 2년. 그 시간은 정녕 가치가 있는 시간들일까. 나는 지금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까.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축 늘어졌다. 내 몸도 마음도 축 늘어졌다. 이런 부정적인 기운은 글에 담고 싶지 않은데.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지 않은데. 그렇다고 웃음을 억지로 가장하고 싶지도 않은데.


나는 끝없이 아래로 아래로 침잠한다.







 내 마음속에는 늘 완벽하고 싶고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나'가 있었다. 부족함 투성이인 '나'를 가만 두지 않던 완벽한 이상향의 '나'들. 성실한 '나', 긍정적인 '나', 행복한 '나'들은 한없이 부족한 지금의 '나'를 밑으로 끌어내리고 또 끌어내렸다.


 나는 속으로 되뇌인다. 그래, 나는 신이 아니다. 나는 인간이다. 때로는 감기도 걸리고 때로는 게으르고 때로는 우울하고 때로는 무기력해지기도 하는 사람이 나다. 그게 나란 인간이다.



―.



 그렇게 나는 잠시잠깐 인생의 쉼표를 찍고 돌아왔다.





 다시 돌아오기까지 망설였다. 나는 계속 나의 글을 써도 될까. 낮디 낮은 자존감이 스물스물 고개를 들었다. 나를 터놓고 이야기하며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도 될까. 나만의 이야기를 해도 될까.


 지금 내게 주어진 현실은 아주 작고 초라하다. 때로는 비겁하고 때로는 부끄럽다.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좌절한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깊어져만 간다. 적나라한 마음들을 드러낼 용기는 아득히 멀어져만 간다.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사실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스트레스다. 글감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내는 고통, 가까스로 쥐어짜낸 문장들을 다시 체에 곱게 거르고 걸러 한 문장 한 문장들을 고르고 지우는 과정,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며 나의 부족함에 좌절하는 순간 순간들을 이겨내고 또 다시 고치고 고치는 시간이 지나야 한 편의 글이 겨우 완성된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라도 승부를 보아야겠다며 책을 읽고 글을 쓴 지 10개월. 그러나 이번에는 그마저도 못 지켜낸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숨고만 싶었다.


 글쓰기에 별다른 재능이 없다는 무자비한 현실이 데굴데굴 구르고 굴러 커다란 눈덩이로 굴러와 내 눈 앞을 떡하니 차지한다. 사실은 벗겨지고 벗겨져 끝내는 나를 압도한다.


결국 나는 무엇 하나 속시원히 답을 내리지 못했다.






역시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모두 내려놓은 삶은 생각만큼 후련하지 않았다. 꾸준히 글을 읽고 써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던 것도 잠시, 내 삶은 전보다 더 무기력해졌다.


 돌아갈 곳, 고향을 잃은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공허하고 그저 멍했다.


 그토록 바라던 충전의 시간이었건만 나는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 숨통이 트였다. 주위를 온통 둘러싼 텁텁한 기운에서 실날같은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생각없이 읽고 또 읽었다. 내 마음 속 톱니바퀴들이 그제야 제 흐름에 맞춰 빙글빙글 결을 맞춰 돌아가기 시작했다. 읽었던 책 구절구절들이 일상의 순간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읽고 또 읽다보니 글을 쓰고 싶었다. 역시 나란 인간은 모순적이다. 글쓰기에 그토록 고뇌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다시 글을 쓰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스스로에게 준 시간 2년. 나에게는 아직 14개월이 남아있었다. 나는 계속 읽어야 했고 계속 써야 했다. 스스로와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에선가 읽은 문장들이 응원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깨닫는다. 난 여전히 사람들 시선에 얽매여 있었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어리고 나약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난 스스로가 건넨 굴레에 칭칭 감기고 종속되어 자신만의 감옥속에 갇혀 있었음을 깨닫는다. 


 욕구를 떨쳐낸다. 이게 바로 나인걸. 인정받지 못한 나도 나다. 나를 세상에 드러내기를 겁내지 말자. 실패를 무서워하지 말자. 도전하고 또 도전하자. 


 스스로 만든 감옥을 벗어난다.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부족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 마주하자. 오늘의 나를 보살피고 대우해주자. 


오늘 하루도 늘 그렇듯 읽고 쓰자. 더 많이 웃자.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그렇게 펭귄은 자신의 보금자리, 읽고 쓰는 삶으로 돌아왔다. 


읽고 쓰는 펭귄의 정체성을 붙든다. 주어진 오늘을 온전히 살아본다. 순간 순간들을 읽고 쓰는 행위로 가득 채워본다.






읽는 펭귄

쓰는 펭귄



나는 읽는 존재다. 의식중에도 무의식 중에도 무언가를 읽고 있다.


 삶이란 읽는 행위의 연속이다. 글을 읽는다. 간판과 표지판을 읽는다. 책을 읽는다. 브런치 글을 읽는다.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다. 공간에 서린 분위기를 읽는다. 


지나가는 계절을 읽는다. 피부결을 스치는 온도와 습도를 읽는다. 시간과 공간을 읽는다.


읽어온 모든 것들은 모이고 모여 응축된다. 나의 생각이 되고 말이 되고 글이 된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다.





 과거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보리라 꾹 다짐해본다. 읽고 또 읽어 나를 채워넣는다. 아차 하는 사이 지나가버리는 삶의 순간들을 헛되이 보내버리지 않도록 읽고 또 읽는다. 


 읽음으로 채워넣은 시간들이 나의 미래가 되기를 희망한다. 언젠가 도달한 삶의 끝에 읽음의 시간들이 제각기 모양대로 방울방울 맺혀있기를 바라본다. 






 나는 글을 쓴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서 현실로 문장들을 이끌어낸다. 무형의 세계가 활자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안에서 밖으로 에너지가 향한다. 세상을 향해 꽃이 피듯 세상을 향해 나의 마음을 개화한다.


 내면을 휘저어 단어 하나를 꺼내고 문장 하나를 꺼낸다. 때로는 운과 직관에 기대어 글자들을 세상에 내뱉는다. 때로는 고운 리본을 매달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하듯 문장을 쓴다. 글을 쓰고 댓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건 독자가 있기에 무서운 일이다. 내가 세상을 향해 내놓은 글들이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도, 어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무섭다고 두렵다고 아무것도 쓰지 않고 숨어버리는 것은 비겁한 일 아닐까. 


 소심한 나는 늘 조심스럽고 신중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세상에 내가 믿는 가치들을 나누고 싶다. 사람들이 웃는 얼굴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싶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싶다. 






 휴식과 충전을 핑계로 방황하다가 결국엔 다시 돌아왔다. 걷고 걷고 또 걸어서 도달한 곳은 다시 읽고 쓰는 삶이다. 이것도 내게 주어진 삶이다. 


 나는 언제고 또 방황하고 방황할 것이다. 잠시 멈추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글에 집중이 안되 허공의 공기를 읽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잘 써지지 않는 글에 머리를 부여잡을 것이고 한숨도 내쉴 것이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읽고 쓰는 삶을 살아보리라 다짐한다. 


그게 내가 선택한 나의 삶, 읽고 쓰는 펭귄의 삶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midjourney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이전 13화 참새 짹짹 병아리 삐약삐약 펭귄 꺅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