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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Jul 31. 2024

펭귄 만나러 갑니다 (1)

필립 아일랜드, 펭귄 퍼레이드에 가다.




 잠시 쉬는 동안 남반구에 다녀왔다. 호주 멜버른의 필립 아일랜드로 펭귄 퍼레이드를 보러 갔다.



 펭귄을 보고 싶었다. 수족관에 사는 펭귄 말고 야생 그대로의 펭귄을 만나고 싶었다. 두 눈으로 자연 속에서 하루 하루 저마다의 시간을 겹겹이 쌓으며 살아가는 펭귄들을 보고 싶었다.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펭귄과 함께 나의 시간을 나누고 싶었다. 나의 오감으로 그들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교감하고 싶었다.





 야생의 펭귄을 만나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사실 이왕이면 남극을 가고 싶었다. 남극의 눈보라를 헤치고 서로 둥글게 둥글게 몸을 맞대고 있는 펭귄 무리를 보고 싶었다. 바다 속으로 자유롭게 뛰어드는 펭귄들, 넓고 짙푸른 바다를 마음껏 유영하는 펭귄들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에 봉착했다. 이를테면 금전적인 부분들. 인터넷으로 검색 했을 때 일반 사람들이 남극을 가는 쉽고 빠른 방법은 남극 크루즈 여행이다. 대략 수천 여 만원 가까이 비용이 든다.


 또한 남극은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가 강하다. 일반인이 남극에 가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과 규제들의 산을 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전에 외교부 허가를 받아야 하며, 남극 여행이 가능한 시기도 제한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걱정 인형의 고민들이 줄줄이 사탕마냥 이어진다. 한낱 인간의 유희에 불과한 여행이 남극 펭귄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면 어쩌지, 내 삶의 버킷리스트가 혹시 펭귄에게 펭귄의 서식지에 악영향을 미치면 어쩌지. 펭귄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해졌다.






―.



 현실적인 대안으로 눈을 돌렸다. 남반구에 사는 다른 펭귄들을 찾아보았다. 그 중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호주 멜버른 쪽 필립 아일랜드의 펭귄 퍼레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필립 아일랜드(Phillip Island)
 : 작은 요정 같이 귀여운 쇠푸른 펭귄(페어리 펭귄)이 서식하고 있어 먹이를 찾으러 나갔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펭귄 가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결정했다.


펭귄을 봐야겠다. 행동으로 옮긴다.



나는 펭귄을 보러 호주에 갔다.







 나에게 호주 여행은 한 마디로 펭귄 여행이다. 이른 아침부터 채비를 마치고 필립 아일랜드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에 몇 시간 가량 일찍 도착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이었다. 바닷바람이 거셌다. 악천후로 인해 펭귄들을 못 보면 어쩌지, 하늘 위 짙어지는 구름만큼 내 마음도 짙은 회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필립 아일랜드 펭귄'에 대해 검색하다가 운이 좋으면 주변 수풀이나 길가에서 펭귄을 마주할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나에게도 행운이 따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참 동안 해안가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수풀 속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온갖 새들의 울음소리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바람에 이는 자그마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내 귀는 쫑긋거렸다.



―.



 안타깝게도 펭귄은 보이지 않았다. 이름 모를 덩치 큰 새들만이 유유히 날고 휘적휘적 걷고 있을 뿐이었다.




 



 인생의 운이 좋은 편이 아니다. 행운의 여신은 참 신기하게도 늘 한 끗씩 비껴간다. 추첨이나 제비뽑기에 당첨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가위바위보도 비기면 참 다행이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부디 펭귄을 마주하는 행운이 오기를 간절히 바랐다. 아니 기대조차 마음껏 하지 못했다.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가 그마저도 산산조각이 나 허공으로 흩뿌려진 게 어디 한 두 번 뿐인가. 일렁이는 마음을 차분히 단속했다. 보지 못하면 어때. 다시 와서 보는 거야. 호주 또 오고 좋지 뭐.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오늘 펭귄을 보고야 말 것이다. 마음 속으로 몇 차례 스스로를 향해 되뇌어 본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이래저래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펭귄 퍼레이드 입장 시간을 기다렸다. 펭귄 퍼레이드 방문자 센터 개장 시간은 오후 4시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함께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을 구경해본다. 다양한 국적의 언어들이 저마다의 높낮이로 뿌옇게 들려온다. 이 사람들은 무슨 연유로 이곳까지 펭귄을 만나러 왔을까. 이들은 펭귄을 얼마나 좋아할까. 각 나라 펭귄 덕후들의 모임이 생기면 재밌겠다. 재미난 상상들에 빠져본다.


 한편 익숙한 언어가 들리지 않는다. 한 명이라도 있을 법 한데 한국인들이 내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추측하건대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여행사를 끼고 필립 아일랜드에 오기 때문에 센터 오픈 시간에 맞춰오기보다 다른 여행지들을 다 돌고 나서 펭귄이 등장할 늦은 저녁 무렵에 오는 듯하다.



https://penguins.org.au/attractions/penguin-parade/




 센터 문이 열리면 펭귄의 퇴근길을 앉아서 볼 수 있는 곳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개장하자마자 펭귄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펭귄이 바다에서 서식지로 돌아오기까지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마저도 펭귄을 볼 수 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일찍 입장한 덕분에 앞자리를 선점했다. 자리에 앉아 펭귄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센터 측에서 추측한 펭귄 퇴근 시간은 오후 5시 반이다.


 펭귄이 서식지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날이 흐렸던게 무색하게도 센터로 입장하고 나서 금방 구름이 개었다. 회색빛이던 내 마음도 덩달아 석양빛으로 물든다. 설렘과 기대감의 빛이다. 수평선 너머로 석양이 진다. 저 너머에 남극이 있겠지 수평선 끝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관광객들에게 자리를 안내하는 자원봉사자 분들이 센터에 대한 소개, 펭귄의 특성들, 펭귄 볼 때의 주의사항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영어듣기에 집중한다. 센터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하나하나 알아간다. 에코 투어리즘(eco-tourism)을 지향하는 센터의 방향성에 공감하며 박수를 보낸다.


에코 투어리즘(eco-tourism)
: 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 방식이나 여행 문화.



 펭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원하여 센터를 운영하고 펭귄 서식지 보호에 힘쓰고 있다는 말에 자원봉사자분들을 부러워한다. 펭귄의 시력 보호를 위해 해가 저문 후에는 촬영을 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도 귀 기울여 듣는다. 가볍게 사람들의 국적을 묻는 질문엔 손을 번쩍 들고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를 외쳐본다.




 해가 저물고 캄캄해졌다. 자리는 펭귄을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자리에 앉은 모두가 펭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바다쪽으로 향하는 시선을 겨우 붙잡는다. 캄캄한 어둠 사이로 왈라비가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오후 6시가 다 되어간다. 오늘 물고기 수확이 별로인가. 퇴근길이 늦네. 우리 펭귄들 퇴근 좀 시켜주세요. 펭귄도 집이 있어요. 하늘이 악덕 사장도 아닌데 하늘을 향해 괜스레 투정을 부려본다.



―.



과연 민트별펭귄은 펭귄을 만날 수 있었을까.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두둥)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 연재 요일을 수요일로 바꿨습니다. 참조 부탁드립니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midjourney, 민트별펭귄, 펭귄 퍼레이드 웹사이트

인용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필립 아일랜드"& "에코투어리즘"

                "남극 어디까지 가봤니? ② 남극진출 30년, 남극은 어떻게 갈 수 있을까?", 2018. 05. 06. , KBS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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