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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Jun 21. 2024

다정하게 이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습니다 (1부)

[책 리뷰]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헤어, 버네사우즈(디플롯)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책 제목에 매혹되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곳은 유토피아일까. 언젠가는 다정한 것들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올까.





 제목과 표지를 보고 평범한 인문학 책이겠거니 마음대로 재단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내 예상과 달리 이 책은 과학 분야의 서적이었다. 초기 인류에 대한 낯선 내용들, 동물 연구 내용과 과학적 실험들, 가설의 수립과 증명 등이 주를 차지했다.


 나는 과학, 특히 유전학에 있어서 문외한이다. 책을 읽기까지 지난한 실패를 겪었다. 낯선 내용은 쉽사리 다가가기 어려웠다. 책을 읽다 금세 지루해진 나는 슬그머니 읽던 책을 다시 덮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쳐다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다정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었다. 책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는 차근차근 이해를 했든 못했든 간에 책을 읽었다.


 차츰 책 내용에 익숙해졌다. 읽다 덮었던 문장들은, 내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활자 형태로 튕겨져 나간 문장들은, 세상 언저리를 돌고 돌아 다시금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이번에도 한 가지를 더 깨닫는다. 인간은 무엇에든 익숙해질 수 있는 존재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익숙해질 때까지 본다면 기어코 익숙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친절함은
 
우리가
서로에게 행하는
 
잔인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살아오며 접했던 모든 집단들과 사회 구성원들이,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책에서 풀어놓는 내용들은 부메랑처럼 나에게 질문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그래서였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한없이 다정하기도 하고, 한없이 잔인하기도 했던 것일까.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할 때
그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와 하등 상관없는 일이 된다.



 이성에 뿌리를 둔 과학은 냉정하게 사건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나의 상처들을, 나의 과거들을 담담하게 타자화하여 그 자체로 인식하게 만든다.  


 특정 집단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꽤 많이 겪었다. 사실 이 책은 내가 당했던 무시와 차별에 대해 설명하는 근거 자료 모음집이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과거의 그들을, 그들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여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타지에서 유입된, 조직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이방인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사소하고 작은 존재의 급진적인 생각들만으로도 그들의 권력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네들의 역사를 돌아본다. 급진적인 혁명과 새로운 변화로 인해 대중에게 외면받았던 이들의 사건들을 찬찬히 생각해 본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관용적인 동시에
가장 무자비한 종이다.


 한편 나라고 달랐을까. 자신과 다른 집단의 구성원이라고 느끼면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인간의 또 다른 면모가 나에게는 없었을까.


 나의 감정이 크게 동요한 순간들을 돌이켜본다. 나 역시 나의 가족, 나의 친구들, 나의 집단이 공격받았다고 느끼면 쉽사리 흥분에 휩싸이곤 했다. 상대방을 쉽게 적으로 간주했다. 나 역시도 똑같은 인간이었다.





 한편 그런 궁금증도 일었다.


 그렇다면 다정한 돌연변이는? 외부에서 새로 유입되는 친절한 이방인들은?


 집단의 돌연변이는, 집단에 새로 합류한 이방인들은 집단의 폐쇄성에 상처받고, 고통받다 이 세상의 유전 법칙에 따라 사라져 가는 존재여야 할까.



 

협력은
우리 종의 생존에
핵심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역사가 말해준다. 과학적 사실이 말해준다. 결국 다정한 것은 기어코 살아남는다.


 나는 집단으로 상처를 받았다. 자상은 크고 깊다. 여전히 이따끔 생각이 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상처는 치유이자 공감이 된다. 나의 상처는 이 세상에 상처를 받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가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상처 입은 또 다른 이방인들에게, 고통받는 또 다른 돌연변이들에게, 이 세상의 수많은 귀중한 존재들에게 공감하며 그들의 편에 설 수 있는 힘으로 거듭난다.


 나는 한없이 다정해지고 싶다. 공감하고 사랑하고 싶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 다정하게 살아남는 것이 되고 싶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헤어·버네사우즈, 디플롯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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