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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Nov 20. 2023

별이 생기는 곳에는 항상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책 리뷰] 옥중기, 오스카 와일드 (범우사)

슬픔으로부터
여러 세계가 건설되었으며,

어린이가 태어난다든가
 
별이 생기는 곳에는
항상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슬픔과 고통은 대관절 무엇이기에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탄생도, 별들의 탄생에도 고통이 뒤따랐다. 빅뱅과 충돌, 상처와 울음이 있었다. 고통은 늘상 우리 곁에 있다. 길든 짧든 우리 인생은 고통 없이 설명하기 힘들다. 



···고통은 매우 긴 하나의  순간이다.

우리는 이것을 계절에 의해서도 가를 수가 없다.

우리는 다만 그저 그 기분과
 그것의 재래再來를 기록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고통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오스카 와일드는 다음과 같이 에세이를 시작한다. 오스카 와일드는 스스로를 비운의 천재로 여겼다. 남색을 이유로 감옥에 갇혀 자유를 잃고 죄수가 된 자신의 고통에 대해 숙고하고 성찰한다. 


 그의 고통은 기록되었고 후대에 전해졌다. 후대 역시 고통을 겪는다. 고통은 어느 세대에나 있고 어느 시대나 존재한다. 그렇기에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고통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의 고통은 영혼과의 연결, 문화·예술·종교적 성찰로 이어진다.




그 자신의 경험을 후회하는 것은
그 자신의 발전을 스스로 저지하는 것이다.

또 자신만의 경험을 부정하는 것은
그 자신의 삶의 입술로 하여금
 거짓말을 시키는 것 밖엔 안된다.

그것은 영혼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부와 명예에서 단숨에 고꾸라진 그는 많은 이들의 비웃음을 당하고 감옥에 갇힌다. 그가 느꼈을 수치감, 모멸심, 자괴감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하지만 그는 그가 겪은 경험을 부정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감옥에 갇힌 초창기에는 매일같이 울고 후회한다. 그러나 그는 고통 속에서 배우고 성찰했다. 그리고 자신의 영혼을 오롯이 바라보았다. 그의 생각은 더없이 깊어졌다. 


 우리는 그동안 영혼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루하루 이어지는 고통을 부정하고 찰나에 그쳐버릴 쾌락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후회하며 인생을 비관하지는 않았던가.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 보다 사려깊은 사람이 되고자 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어떠한 사람이라도 무엇을 받을 자격이 없다.


 그의 종교적 성찰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이다. 그는 예수의 삶을 돌아보며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린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떠한 사람도 무엇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읽다보면 한편으로 너무 매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다. 우연에 의해, 노력에 의해, 영감에 의해, 희생에 의해 생긴 것들이다. 우리는 무엇을 받을 자격이 없기에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다. 오늘의 공기, 하루의 식사, 지나가는 이들의 미소는 모두 감사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아니고 타인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 삶을 살아보지 못한다. 그들은 나의 모든 경험을 알지 못하는 타인이다. 오스카 와일드도 그렇다. 그의 글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 나에게도 그가 타인이다. 하지만 옥중에서의 진실한 글은 나의 마음에 닿았다. 고통속에 느낀 그의 깨달음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가서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다.


 오스카 와일드는 감옥에서 나와 친구들과 바다로 갈 것을 상상한다. 기나긴 성찰 끝에 대자연으로 귀환하고자 마음 먹는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자연이 주는 광활함 속에서 인간은 그렇게 치유를 얻나 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옥중기』오스카 와일드, 범우사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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