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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Oct 25. 2023

두 번째 읽은 『위저드 베이커리』

[책 리뷰]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을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1. 다시 책을 읽는다는 것


 나는 책에 대한 나만의 철칙이 있다. 한 번 읽은 책은 그 내용이 조금이라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한 다시 읽지 않는다. 이유는 딱히 모르겠다. 다만 추측하건대 이미 기억도 하고 있는 내용을 굳이 2번, 3번 읽기엔 내게 주어진 시간이 아깝다고 무의식 중에 여기는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때는 학창시절이다. 부모님이 TV, 컴퓨터를 가급적 못하게 했던 내게 책읽기는 공부를 하기 싫을 때 핑계대고 하기 쉬운 일종의 도피처였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책에 온전히 집중하는 느낌, 몰입감을 좋아했다. 그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히게 만드는 초월적인 느낌이 좋아 난 종종 책을 읽었다. —책만 읽으면 발휘되는 깊은 몰입감 때문에 저녁을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도 듣지 못해 꾸중을 들은 기억이 수십 번은 족히 되는 것 같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그런 내가 어느덧 어른이 되었다. 어른의 책임감과 자유가 주어진 이후 책은 내게서 점점 멀어졌다. 어른이 되고 맞이한 세상은 놀거리가 가득했다. 책에 빠져있기엔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았고, 예능, 유튜브 등 온갖 볼거리가 쏟아지는 요즘 굳이 시간을 들여 책을 다시 보기엔 내 휴식시간이 아까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린 시절 느꼈던 몰입과 초월적인 감각은 다시 느낄 수 없었다. 가끔 넷플릭스, 영화에서 느끼는 순간적인 몰입이 있었지만 책만큼이나 완전한 시간여행을 내게 주진 못했다.


 그렇게 다시 책읽기로 돌아왔다. 갖다붙일 목적은 다양했다. 자기계발, 위로받고 싶은 마음, 남들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초조함,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 취업 준비를 위해 필요한 제대로 된 취미 하나 등등 . 하지만 그 수많은 목적 중에서도 제일 본질적인 이유는 어린날 책이 주었던 몰입에 대한 그리움이지 않을까.



한가로운 주말,


어린 날 읽었던 책 중 하나인 <위저드 베이커리>를 다시금 펼쳐들었다.






2. 다시 읽어본 책, <위저드 베이커리>

 



 이미 이전에 읽은 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무슨 특이한 쿠키들이 있었던 것만 어렴풋이 생각났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곤 하지만 나는 이런 순간마다 내 뇌의 소프트웨어 용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이라도 내 뇌속에 오래 남아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기를 작성한다.

책 위저드 베이커리 (이미지 출처 : 민트별펭귄)






3. 글로 읽는 베이커리

    특유의 향, 맛, 분위기





 다시 읽은 위저드 베이커리는 빵집에서의 사건을 주로 다루기에 시각적, 후각적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이만큼의 감각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의 난 단순무식하게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목표였다. 하나하나 행간을 곰씹으며 천천히 보지 못하고 그저 내용을 쫒아 가기도 벅차 눈에 보이는 텍스트를 읽어가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작가의 참신한 표현력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글만 읽고서 온전히 그 글만으로 상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내가 글을 쓸 때는 도통 튀어나오질 않던 생동감 넘치는 문장들은 이 책에 무척이나 자주 등장하며 내 마음을 간질였다. 그만큼 작가는 적어도 이 한 문장을 쓰기 위해, 독자들에게 빵의 촉감, 냄새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한자 한자 신중하게 적어내려갔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그 노력을 조금은 알게 된 어른이 되었기에 나는 작가의 안배를 충분히 고려하며 상상력을 좀 더 발휘하며 읽었다. 일상 속에서 가 보았던 빵집의 냄새, 분위기를 어렴풋이 상상했다. 그리고 그 빵집이 마법의 빵집으로 변모한다면 어떤 분위기일지 조금 더 상상력을 가미했다. 물론 상상력이 풍부했던 아이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문장에 드러난 묘사를 존중하며 글자를 음미했다.





4. 상처받은 영혼의 안식처,

    위저드 베이커리





 책 리뷰이니 주인공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학창시절 상처받은 내 과거를 생각하며 주인공의 삶에 조금은 공감하며 책을 바라봤다. —주인공만큼이나 비참한, 최악의 과거는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유년시절 갖고 있을 법한 아픔은 존재한다.— 나보다 더한 유년시절, 최악의 경험들로 얼룩진 주인공에 삶에 안타까운 마음과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 나 또한 저 쿠키를 사서 나를 괴롭히고 상처를 준 이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다소 충동적인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아픔과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 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 이 책이 상처받은 한 남자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풀어놓는 고백이라면 독자인 내가 진지하고 주의깊게 말을 들어주는 것으로도 주인공에게 조금 힘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또한 이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힘들어 할, 남자아이와 유사한 고통과 슬픔을 가진 또다른 독자에게도 힘이 되었음 싶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한편 지금의 나는 그동안 세상을 경험하면서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다. 읽는 내내 고작 고등학생에 불과한 남자 아이가 겪었을 아픔이 여전히 안타까웠지만 그 남자아이를 보듬은 마법사(빵집 주인장)에게도 마음이 갔다. 마법사는 인간세상의 법칙을 거슬러 만든 몇 가지 쿠키로 인해 주기적으로 아픔을 겪는다. 마법사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 능력을 인간 세상에 사용하는 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능력의 사용으로 본인에게 해가 되는데도 말이다.


 세상엔 자신이 타고난 비범한 능력들을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빵집 주인장은 그렇지 않았다. 차가운 듯 보이지만 그 안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연약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그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역시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하기에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5. 감성 마케팅의 원조,

    위저드 베이커리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또 하나의 생각은 <위저드 베이커리> 같은 쇼핑몰이 실제로 있으면 돈 좀 벌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실제로 마법같은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평범한 쿠키를 '위저드 베이커리' 같이 네이밍하여 판다면 일반 빵집들보다는 잘 팔리지 않을까. 심지어 네이밍뿐만 아니라 각 쿠키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텔링도 완벽하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본다면 마법사 주인장은 감성 마케팅을 역대급으로 활용한 마케팅의 대가일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파는 쇼핑몰이 있는지는 검색해보질 않아 모른다. 하지만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은 사람 중에 창업을 한 사람이 있다면 있을 법 하기도 하다.—


 예전에 읽을 때는 이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역시 세상물을 잔뜩 머금은 자본주의, 현실주의에 찌들은 어른이 되어버리고 만 기분이다. 어른이 되었기에 이런 시각으로도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겠지. 여하튼 그런 잡생각도 하면서 책을 읽었다.






6. 선택과 결과

    그리고 새로운 미래





 오븐 속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위저드 베이커리. 어렸을 적 누구나 꿈꿔본 판타지다. 나 또한 어린시절 장롱 문을 열면 미끄럼틀이 나오고 그 미끄럼틀 끝엔 나만의 비밀 장소가 펼쳐지는 상상을 하곤 했다. 이렇듯 누구나 마음 속 한 구석에 자신만의 비밀공간이 있기에 '위저드 베이커리'는 더욱 쉽게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의 베스트셀러로 손꼽힌다.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친 빵집을 보며 베이커리 창문 너머 오븐 안에 마법사의 공간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며 웃음 지을 여유를 가지게 된다.

 

 현실과 상상, 그 사이에 놓인 위저드 베이커리는 이제는 선택의 결과이자 미래가 된다. 이 책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쿠키가 나온다.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만큼 책임져야 하는 결과도 크다. 이 때 책에서는 시간을 되돌리는 쿠키로 인해 발생했을 2가지 미래를 보여준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자 우리들에게 실제로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시간을 되돌렸다면 혹은 되돌리지 않았다면, 책에서 보여준 두 결과는 결국 모두 비슷한 것 같다. 작가는 내 자신이 올바르게 현재 삶에 임한다면 우리가 그 당시 했던 선택의 미래는 적어도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물론 주인공의 주변인들은 되돌린 시간 속에서도 같은 선택을 했기에 똑같은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듯이 말이다.

 

 이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마법 쿠키 문구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 또한 내가 내린 선택이고
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오롯이 그 선택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들의 인생은 매번 선택에 부딪힌다. 좌절하며 슬퍼하는 현실도 과거의 자신이 택한 선택의 결과일 때가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 당연한 세상의 이치를 눈감고 외면하려 하지 않았나 지난 날들을 회상했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계속 우울함의 늪에 허우적거리던 요즘, 난 과연 그 선택의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였나, 잘못된 선택의 결과를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계속 과거 속에서 허우적거리기만 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을 유예하진 않았나 반성했다.


 물론 모든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내진 않는다.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 인생의 갈림길엔 선택이 놓여있다. 과거의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미래의 선택도 신중하게 잘 내릴 수 있지 않을까. 과거의 선택에서 깨달음을 얻고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들이 인생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이지 않을까.



By 민트별펭귄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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