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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Dec 01. 2023

당신이 언젠가 마주하고 싶은 공간은 어떤 곳인가

[책 리뷰] 공간의 미래, 유현준 (을유문화사)


건축은 다른 예술과는 달리 한 번 지어지면
공공의 공간 속에 오랫동안 남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다.


작가가 학창 시절 인상 깊은 구절로 기억하고 있는 말이다. 나에게도 역시 인상 깊은 말이었다. 공간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의식주 중 "주(住)"를 차지한다. 건축은 우리들의 공간을 구성하는 학문으로 어느 시대에서나 있었고 지금까지 탄탄히 자리매김해왔다. 구석기시대의 공간인 동굴의 벽화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빌딩숲까지 공간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인류는 공간을 기반으로 모여들었고 그동안 크고 작은 도시들이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코로나가 할퀴고 지나간 시대를 함께 겪었고 이제 그로 인해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진 미래를 대비하여 살아가야 한다. 그만큼 코로나가 우리에게 남긴 잔상은 강렬하다.



 저자는 코로나가 어떻게 우리들의 공간을 변화시켰는지 이야기하며 향후 어떠한 미래 공간을 그려나가야 할지에 대해 논의한다. 솔직히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달갑지 않다. 기후변화 위기, 저출산, 고물가, 천정부지 올라가 버린 집값 등등 공간적 관점에서 바라본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이 곧 기회의 순간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작가는 그만큼 새로운 변화의 필요성이 강구되어야 하는 시대임을 역설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돌파구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한다.



미래의 답을 찾을 때는
과거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대체적으로 지금 일어나는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고
역사는 반복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전염병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중세 시기의 흑사병, 세계 대전 중 가장 큰 피해를 남겼던 스페인 독감 등 전염병을 마주했었던 과거가 있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 코로나 사태를 바라볼 수 있다. 코로나는 가정, 학교, 직장 등 다양한 공간의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인테리어 산업의 활성화,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등 우리가 활동하는 사회적 공간의 범위와 형태가 다양해졌다.


 작가는 포스트 코로나를 직면하고 있는 오늘날의 건축을 바라보며 총 11장의 목차로 분류하여 가정, 종교, 사회 등 다방면에서의 건축학적 미래를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해 본다. 그중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공유 공간의 중요성이다.



모든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우리에게 공간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면적의 공간을 소유하고 누리지는 못한다. 빈부격차에 따라 집의 소유 여부도 갈릴뿐더러 청년세대와 어른세대의 자본 간에도 차이가 존재한다. 차이는 모이고 모여 사회적 갈등으로 번져나간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갈등을 줄여나가기 위해 모두가 유사한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과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함께 공유하는 공간은 비슷한 추억을 남기고 그 추억은 사회를 더 살만한 공간으로 변모시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우리나라 도시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원, 도서관 같은 공간이 적은 편이다. 서울 중심에 한강공원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인접해 있는 도로들로 인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저자는 미국의 센트럴 파크를 예시로 들며 향후 우리나라의 미래 공간들도 자연친화적이고 사회적 가치를 품은 공유 공간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저자의 의견을 들으며 우리 동네 인근 천변이 생각났다. 내가 사는 동네의 중심에는 공원 그리고 공원 끝에 이어지는 하천 천변이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매일같이 산보하시고 중장년분들과 청소년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직장인들이 점심에 가볍게 걷다 들어간다. 나는 그 천변의 평화로움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읽고 난 뒤 돌이켜보면 그 모습들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모두가 함께 기억을 나누는 화합의 공간이라 그렇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과의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의미를 형성해 가는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구나 싶었다.



 그 밖에도 저자의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함께 재건축에 대한 논의, 지하 물류 터널이라는 신개념 등 다양한 주제로 공간과 건축학을 탐구했다. 물론 작가의 의견 중 우리나라에서 과연 실현 가능할까 싶은 내용들도 있었다. 한편으로 건축 법규 재정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저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그 분야의 미래는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고 몰랐던 지식을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앞으로도 인문학 분야의 책을 좀 더 읽으며 식견을 쌓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의 미래에 대해 그려보며 나 또한 내가 있는 자리에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 『공간의 미래』유현준, 을유문화사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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