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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Dec 22. 2023

인간은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

[책 리뷰] 사양, 다자이 오사무 (웅진지식하우스)

 

 소설 제목 '사양'은 '지는 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은 기존 질서와 도덕, 정치의 붕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했고 자신의 신념을 고민했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생각했다. 일본은 항상 떠 있는 해에서 지는 해가 되어버렸다. 당대를 살았던 젊은이는 망해가는 제국주의의 시대를, 그 안에 살아가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사양>에는 여주인공 가즈코, 남동생 나오지, 어머니, 작가 우에하라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각의 인물들은 신념과 가치관이 무너져 내리는 사회에 각각 자신만의 방식대로 적응하는 행태를 보여준다. 전통을 고수하는 마지막 귀족으로, 그저 타고난 시대의 패배자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혁명가로, 쾌락주의와 염세주의에 빠져 사는 방탕한 탕아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행복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행복마저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 수 있었을까. 세계 역사상 크나큰 과오를 저질러버린 조국, 도덕도 정치도 모두 혼란의 카오스인 현실이 인간의 모든 정체성을 흔드는데 어떤 행복이 버티고 서 있을 수 있을까.





세상은 알 수 없는거야.

···(중략)···

나는 통 모르겠어
아는 사람이 없는게 아닐까?


 나도 여전히 세상을 잘 모르겠다. 조금 알겠다 싶으면 이내 이해하기 힘든 순간이 다시 찾아온다. 그저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우리는 왜 다투고 서로를 비방하고 괴롭힐까? 통 모르겠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세계, 서로에게 날선 비방만 해대는 정치, 무한 경쟁으로 지쳐버린 사회 등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많은 문제들이 여전히 도처에 깔려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작가가 살았던 과거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분열과 혼란이 가득한 곳은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아니 지금까지 나는 소시민이었다. 나 하나 나서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잠자코 있었다. 변화를 시켜 줄 홍길동 같은 영웅을 그려왔다.


 하지만 홍길동은 오지 않았다. 사회는 점차 흉악해진다. 결국 이 사회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작가도 이렇게 생각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았던 것일까?



인간은 모두 똑같다.

얼마나 비굴한 말입니까?

남을 멸시함과 동시에
자기 자신마저 멸시하고,

아무런 긍지도 없이
모든 노력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말.


 

 인간은 모두 똑같다. 언뜻보면 좋은 말 같다. 마치 천부인권을 지향하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작가는 모두 똑같다는 건 비굴한 말이라고 비판한다. 인간은 모두 똑같으니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 똑같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무언가를 시도해봤자 똑같다. 변화되지 않는다.


 나도 내 은연중에 있었을 '인간은 똑같다'라는 생각을 반성한다.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나를 반성한다.


 나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가 생각해본다.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생각한다. 나는 이 시대의 방관자로 산 것이 아니었을까 반성한다.



하지만 우리들은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면서

태양처럼 살아갈 작정입니다.


 가즈코는 미혼모로써 새로운 세상을 살겠다 다짐한다. 급변의 시대 속 미혼모들은 사회적 약자로 더 위태로운 사회적 경계에 있는 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가즈코는 다짐한다. 태양처럼 살아가기를 굳게 마음 먹는다.


 나는 그 마음가짐에서 희망의 빛을 보았다. 전투 태세로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은 그 당시 여성상으로 맞지 않는다. 하지만 가즈코는 해냈다. 사랑을 쟁취했다. 설령 그 사랑이 자신이 원하던 이상이 아니었음에도 만족을 얻었고 계속해서 자신의 소신을 밀고 나간다.


 가즈코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소신을 믿고 나가기를 몸소 보여준다. 낡은 도덕은 바뀌어야 한다.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낡은 도덕이 오늘날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파괴하는 구닥다리 관습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기어이 그 낣은 도덕을 깨부수어야만 할 것이다.


 인간은 모두 다르다. 인간은 모두 특별한 존재들이다. 내 자신을, 내 자신을 바라보듯 다른 이들을 귀하게 여기며 살기를 희망한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사양』 다자이 오사무, 웅진지식하우스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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