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미즈시마 히로코 (갤리온)
나는 서점을 큼지막하게 빙- 돌아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보다 서점 투어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책장 사이를 걸으며 서점 특유의 차분하고도 분위기도 느끼고, 전시되어 있는 책 제목도 몇 줄 읽어보고, 책 냄새도 맡아본다.
그렇게 요 몇 년간 서점을 돌아다녀보며 느낀 건 최근 우리나라 출판업계에서 한 가지 핵심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로, 위안과 관련된 에세이 부류의 책들이 바로 그것이다. 성공, 부 등을 위해 열심히 살자고 채찍질하는 자기계발서 위주의 책들이 많이 줄어들고 지친 현대인들을 위로하며 다독여주는 책들이 눈에 자주 보였다.
어느 순간 정신차려보니 나 또한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에 걸맞는 우리나라의 현대인이 되었다. 씁쓸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책들을 집어들고 읽는 중이다.
사회생활에 찌들고 찌들다 못해 꿉꿉한 오래된 행주같은 인간이 된 듯한 기분에 한없이 우울감에 침잠하게 된 날들, 이젠 사회에 더 이상 반항할 그 어떤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은 날들에 지친 몸을 겨우 달랜다.
다만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책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커다란 친구라는 것을 말이다. 책의 따스한 글귀들은 나에게 다가와 한 줌의 위안이 되었다.
남들을 가만 지켜보면 멘탈도 튼튼하고 어떠한 고난이든지간에 잘 이겨내는 듯 보인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쿠크다스보다 약한 멘탈을 가지고 매번 땅굴파고 들어가는 것일까 의문이 든 적이 많다. 아무래도 유전이지 않을까 괜스레 사람들에게 마음 약한 부모님 탓을 해보기도 하고 내가 그동안 각박한 사회에 너무도 많이 치였구나 사회 탓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남들과 비교하고 남탓을 해봐도 오히려 심해지면 심해졌지 상처받은 내 멘탈이 회복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책을 봤다. 이 책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은 그런 내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총 6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별로 5~7개 정도의 적당한 글들이 에피소드 형식마냥 각각의 주제들로 오밀조밀 짜여져 있다. 그래서 굳이 책을 순서대로 보지 않고 오늘 내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들어있을 법한 챕터의 한 꼭지를 골라 읽는 것도 이 책을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다.
나는 특히 <1장 유리멘탈을 극복하는 연습>과 <5장 불안을 잠재우고 단단한 마음으로> 가 많은 위안이 되었다. 안그래도 나는 쨍그랑거리는 유리멘탈인데다가 최근 사회에 찌들면서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함이 올라오기도 한다. 암울한 미래가 불안하고, 오늘 또 직장에서 어떤 사건 사고가 기다리고 있을 지 불안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잘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한다. 이 책에서는 나 자신을 좀 더 아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고방식을 소개해준다.
그 중 인상깊었던 문구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구절들을 몇 가지 적어보려 한다.
왜 자기 자신에는 해주지 않나요?
···(중략)···
도무지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을 때에는
자신의 입장을 다른 사람과 바꿔서
그 사람에게 해줄 말을 적어보세요.
나 자신에게 가혹한 사람들이 있다. 남들에게 따뜻한 말들을 해주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만은 냉정하다. 그러나 사랑은 나 자신을 향해서도 필요하다. 자만을 부리고 과욕을 부르는 것이 아닌 적절한 자기애가 필요하다.
살다보면 작은 일에도
마음의 중심을 잃고
휘청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중략)···
이런 순간이 닥치면
당장 이런 생각을
떠올려보기를 권합니다.
내가 이런 기분이 드는 건
혹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평정심을 잃은 마음을 돌아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마음이 휘청거리는 순간이 온다. 몸도 큰 충격이 가해지면 멍이 들고 피가 나는 데 마음이라고 안 그럴쏘냐.
다친 곳에 약을 발라주고 이제 곧 괜찮아 질거야 생각하듯 내 마음에게도 충격을 받았구나 인지하고 위로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분은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주고 있나요?
현실은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럴 때 손쓸 수 있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입니다.
나에게 다정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에게 다정하다는 것은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라는 뜻이 아니다. 과하게 쇼핑을 하거나 무한정 게임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다독여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향한 다정함이다.
자신이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는 걸 인정해주세요.
이미 몹시 힘들어하고 있으니
더 이상은 힘들지 않게 해주자는 마음으로요.
물론 좋은 글귀를 읽는 것만으로 내가 마주한 현실이 완전히 변하진 않는다. 그러나 내 마음이 조금씩 강해지기를, 내가 나에게 좀 더 다정해지기를 바란다. 하루의 끝을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조금은 다정한 한 마디를 맘 속으로 건넨다.
수고했어 나 자신.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미즈시마 히로코, 갤리온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