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변신, 프란츠 카프카 (꿈결&블루프린트)
한 권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말대로 ‘변신’이라는 책은 사람들의 얼어붙은 내면에 균열을 내는 도끼이다. 책 안에 사람들을 향한 진정한 울림이 없다면 그 책은 단순한 글자의 집합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얼어붙은 마음 속 바다를 깨부수었다. 도끼의 내려침은 매섭고도 날카로웠다.
어린시절 <변신>을 두 차례 읽은 경험이 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책을 읽고 난 뒤 망치로 두드려 맞은 것 처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이 책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온갖 물음들이 생각 너머로 생겨났다 사라졌다.
단순했던 지난 날 나는 변신을 인간소외의 현실을 보여주는 책으로 정의했다. 오늘날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인 가족 사이에서조차 발생하는 인간소외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다시 읽은 <변신>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가족뿐만이 아니었다. <변신>속에는 본질 그 자체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와 통찰이 녹아 있었다.
책 <변신>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 가족 등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인간소외를 넘어 인간이 도대체 무엇인지, 사유하는 동물인지, 외형과 내형이 모두 갖춰진 존재여야 하는지, 삶의 가치는 도대체 무엇인지 묻는다.
책 속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는 하루아침에 벌레로 변한다. 사람이 벌레로 변하는 상황은 비현실적이다. 벌레로 겪게 되는 주인공의 삶은 현실 그 자체이다.
버둥거리는 다리들, 방안을 더럽힌 점액질, 괴상한 소리 등 작가는 사실적으로 벌레가 된 그레고르의 모습을 표현한다. 작가는 비현실적인 사건으로 시작하여 갈수록 극단에 치닿는 현실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처한 현실은 갈수록 악화된다. 가족관계가 점차 변질된다. 외판원으로 식구들의 밥줄을 책임졌던 그가 벌레가 된 후로는 모든 세상이 뒤바뀐다.
그는 벌레가 되기 이전부터 성실한 외판원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며 고된 일상을 살았다. 그럼에도 그는 가족에게 자신이 한 줌의 보탬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만족하며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나 단 하루만에 그의 삶은 뒤바뀌었다. 그는 벌레가 되었고 가족들은 벌레가 된 그를 외면한다. 부양의 의무에 힘쓰지만 그 뿐이다. 결국 벌레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 단순하고도 짧은 이야기에 너무나도 많은 물음들이 뒤따라왔다. 얼어붙은 바다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균열은 질문이다.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전혀 불가능하다. 나는 내일의 나 자신 조차, 몇 시간 뒤의 나 자신 조차 예상하지 못한다.
작가는 '벌레'라는 극단적인 존재로 그레고르를 표현했다. 그러나 이건 단순한 벌레 이야기가 아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어떨까? 내일 내가 의문의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다면? 가족들이 깨어나지 않는 나를 부양하기 위해 몇 십년이 넘도록 고생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들은 관성적으로 어제 오늘 이어진 미래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주어진 순간의 불행에 괴로워하면서 더 나은 내일이 있기를 기도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코로나 19도,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우리는 내일 어떤 일이 생길 지 절대 알지 못한다.
나는 작가가 꿰뚫어 본 본질에 소름이 돋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그럼에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로운 현재가 미래에도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갑자기 비극적인 미래가 찾아온다면 인간은 외면해버린다. 도망쳐 버린다.
<변신>은 우리들에게 묻는다. 비극적인 미래가 당신을, 당신의 주변 가족, 친구들에게 찾아온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묻는다.
당신은 그레고르 가족처럼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비극에 아파하고 평생을 함께 할 것인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이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마음의 숲을 누빈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 『변신』프란츠 카프카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