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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Mar 15. 2024

그렇게 나를 현재로 이끄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책 리뷰] 작별인사, 김영하 (복복서가)

 

작별인사. 


 마지막 순간 그는 무엇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었던 것일까.



 인간이란 유한하기에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소설로 만든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작별인사>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읽으면 읽을수록 감정이 응집했다. 조그만 물방울들이 뭉치고 뭉쳐 큰 물방울이 되듯, 나의 감정들이 뭉치고 뭉쳐 미지의 뭉텅이가 되었다.


 단숨에 소설을 읽었다. 뒷장에 수록된 작가의 말까지 빠짐없이 다 읽고는 책을 덮었다. 쌓이고 또 쌓인 감정은 글자의 형태로 나오고 싶어 발버둥을 친다. 



 이 책은 SF소설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고 인간의 미래를 그린 공상과학소설이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이 더없이 인문학에 가까운 소설이라고 느낀다.


 왜일까. 


나의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잡은 감정의 소용돌이 때문일까.


 인간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나'일까. 


 헤어지는 것은 슬프다. 죽음은 두렵고 무섭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역시 유한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모든 논리와 사고가 무의식의 우주에 넓게 흩뜨려져 있다. 


 나는 이제 그 조각조각들을 모아 서평을 써보려 한다. 그리고 그 때 내 무의식의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풀어지길 소망한다.

 


 



미래 

그리고 

지금



 작가는 우리를 미래로 이끈다. 그가 상상한 미래에는 인간이 멸종한다. 멸종의 이유는 다름아닌 인간 스스로의 의지 상실이었다. 


이른바 인간세계가 끝나게 된 것은 SF 영화에서처럼 우리 인공지능들이 인간을 학살하거나 외계 생명체가 숙주로 삼아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점점 더 우리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우리 없이는 아예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본 SF 장르 중 가장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결말이다. 스마트폰, 디지털 세계 속에 들어가 잘 나오려 하지 않는 우리들, 너무도 쉽게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에 중독된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다. 


 나 역시 책으로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퇴근을 하면 핸드폰을 들었다. 잠들기 직전까지 짧은 영상을 뒤적이거나 의미없는 콘텐츠를 소비하다가 잠이 들었다. 


인간은 갈수록 기계에 의존하고, 인공지능은 빠른 속도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계속해서 몸집을 불려나간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미래는 인공지능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는 것일까. 우리들에게 다른 미래는 없는 것일까. 



 우리들 앞에 닥친 암울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을 책에서 찾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책을 읽고 사유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한 인류에게는 희망이 조금은 남아있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우리의 몸이 뭘로,
어떻게 만들어졌든,

우리는 모두
탄생으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한 편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작별인사>는 독자들 마음 속에 남아 오랫동안 이 세계를 유영하다 독자들의 삶에 맞춰 각자의 생을 마감할 것이다. 이렇듯 이야기는 우리 마음을 돌고 돌아 생각을 만들어내고, 만들어진 생각은 모이고 모여 새로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되어 인간이 마주할 미래를 조금은 바꿔 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렇기에 인간적인 주인공이 인간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필멸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주는 위로이자 희망의 메시지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것이 이 책 <작별인사>가 지닌 힘이다.  


무료하고 갑갑하다고만 여겼던
평온한 시간들이

실은 큰 축복이었다.

지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해진다. 지금을 온전히 느끼고 사유의 세계에 흠뻑 빠져본다. 감정을 느끼며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자각한다.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다가 올 미래를 상상한다. 어떻게 하면 기계 문명 속에서도 우리들의 인간성을 훼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 나도 한 줌의 고민을 보태본다. 

 

 





인간 

그리고 



 살아있다는 건 무엇일까. SF 장르의 목적은 인간이 어디까지가 인간인지, 살아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날로날로 발전을 거듭해 인간의 영역까지 넘볼 수 있으리라는 SF 장르의 다양한 예견 속에는 무수한 윤리적, 법적, 사회적 함의점들이 담겨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학문이라고들 한다. 그렇기에 주인공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기본적이고 의미가 있다. 


어디까지가
'나'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아마 우리는 이미 인간이 무엇인지, '나'란 어떤 존재인지 이미 은연중에 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해서 그 답을 찾아가는 이유는 결국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서이지 않을까.



 인간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를 다듬어 나가는 인간의 특성이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인갑답다고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죽음이 두렵고 무섭다. 그럼에도 나는 인간이고 현재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살아보려 한다. 


 때때로 좌절하고 우울감을 느끼지만 그 모든 것은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해보며 다시금 삶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어본다.






당신은 무엇이고
무엇이 되고자 합니까


 

 아마 내가 책 리뷰를 계속 쓰는 한 같은 말을 반복할 것 같다. 나는 세상이 조금 더 인간다워지길 바란다. 따뜻한 정도 있고, 오며가며 마주한 사람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는 세상에서 살고싶다. 


 나도 사람인지라 성깔도 있고 마냥 좋은 부분만 있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부족하고 부족하기에 배운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살아가보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 세상에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인용 출처 :『작별인사』김영하, 복복서가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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