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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Mar 25. 2024

존재의 기본 원칙은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이다.

[책 리뷰]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작가정신)



소설 

그리고

영화



 처음 영화<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았을 때 그 전율과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짙푸른 깊은 바다, 망망대해 위 한 소년과 호랑이. 그들의 생존기는 나의 마음 한 구석에 파도가 지나간 뒤 바닷가에 남아있는 물결무늬처럼 짙은 자국을 남겼다.


 평소에 나는 대체로 책을 먼저 읽은 다음 영화를 보곤 했다. 책을 읽으면 다양한 배경과 이미지들을 상상해볼 수 있는 것에 반해 영화는 화면 속 보여지는 것들 그대로 머릿속에 단단히 굳혀진다. 특히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때는 한번 시각적으로 단단히 박힌 장면들이 더더욱 깊어진다.


그러나 나는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이런저런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상상의 나래를 한가득 펼쳐놓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머릿속을 넓히는 일이다. 평소에는 내 안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감정들을 깊이 느껴볼 수 있고, 상상도 마음껏 해볼 수 있고, 오만 가지 생각들도 잔뜩 펼쳐놓을 수 있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다만 파이 이야기(라이프 오브 파이), 이 작품만큼은 영화를 먼저 보든 소설을 먼저 보든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느꼈다. 이 작품은 영화와 소설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각각의 빈틈을 서로서로 메꿔주었다.


특히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묘사는 영화의 장면들이 큰 역할을 해주었다. 평범한 한국 사람이라면 이슬람교와 힌두교 문화에 대해 잘 알기 어렵다. 게다가 커다란 배를 타고 나갔다가 조난당하는 경험이 있기란 더더욱 어렵다.


낯선 배경들은 우리들의 정신을 새롭게 환기시킨다. 하지만 부족한 힌두교, 이슬람교, 각종 동물들,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 등등 생소한 배경지식으로 인해 나의 상상력은 머릿속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선, 그 이상 넘어가지 못했다.


그때 오래 전 보았던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올랐다. 현실감이 세차게 밀려온다. 부족한 상상력이 메꿔진다. 기억 속에 남아있던 생생한 영화의 장면 장면들이 책 속으로 나를 더욱 깊숙이 이끈다.  







종교란

무엇인가



 파이의 어린 시절, 종교 이야기는 책의 핵심 시사점을 관통하는 뼈대가 된다.


 그는 멀고 험한 길을 거쳐 살아 돌아온다. 사람과 동물의 치환, 자연의 웅장함 속 인간의 연약함. 그럼에도 살아있다는 것. 나는 파이의 삶이 더없이 종교적이라 느꼈다.



 주인공 파이만큼은 아니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나의 생각과 고민의 종착지는 대부분 종교로 귀결된다.


 종교란 무엇일까. 신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죽음 이후에도 삶은 계속 이어질까. 난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



 주인공 파이는 신을 믿는다. 다만 남들과는 다른 파이만의 특이점이 있다. 바로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를 모두 믿는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의 종교관을 비판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는 세 가지 종교의 사제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의 종교행위가 못미더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조심스레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그가 비난받아야 할까? 다른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종교적 교리로 인해 역사속에서 수도없이 벌어진 유혈의 전쟁들을 살펴본다면 파이의 종교적 가치관이 더 평화롭고 나은 것 아닐까.


인간은 도대체 무슨 존재이길래 서로를 비방하고 괴롭히는 것일까. 진정한 종교, 신실한 믿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의 삶의 고민들과 치열한 삶의 현장이 내 마음 속 깊이 와닿는다.





 한동안 철학적 사유에 깊이 빠졌을 때다. 기독교, 불교, 유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세계의 여러 가지 종교와 역사에 대해 가볍게 공부를 해본 적이 있다.


 공부하며 내가 궁극적으로 느낀 건 결국 진정한 모든 종교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믿고 의지하는 종교 안에는 사랑을 베풀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중이다. 내 주변 가족, 친구들에서부터 오가며 보는 모르는 사람들, 그리고 때에 맞춰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들까지 사랑해보려고 한다.


 물론 나는 단점도 많고 시시각각 감정이 변하는 보통 사람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사랑을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사랑을 반복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책을 통해 이야기를 읽고, 사람을 읽고 사랑을 읽는다. 다른 사람들이 실천하는 사랑을 보며 본받기도 하고, 내가 헤아리지 못한 더 넓은 사랑을 느껴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사랑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인생은

이야기다.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파이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었을 뿐인데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간다. 파이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우리의 사고를 넘어 무의식의 세계 너머를 노크한다.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내가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파이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훑고 수평선 너머 더 먼 시간을 향해 항해를 한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열심히 읽어도 서평을 열심히 써도 결국 나는 내가 이해한대로 책을 보고 있는 것 일테다. 그리고 나의 이해심은 여전히 부족하고 쫌생이 같아서 색안경을 쓰고 이야기를 바라볼 때도 많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오늘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사람 사람이 모두 귀한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그들의 인생은 하나의 이야기다. 그래서 모두는 소중하고 특별하다.



 나는 글을 쓰고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일이 무서웠다. 비난받을까봐 두려웠고 나의 생각이 옳은지 도통 모르겠어서 말을 줄이고 글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의 이야기를 하며 내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넓어졌음을 느낀다. 




 나의 인생을 마주본다. 나의 이야기에 서사를 부여한다. 오늘 하루에 이야기를 부여한다. 나는 어떤 이야기로 살았는가 자문해본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지 고민한다. 


파이에게는 파이의 이야기가 있듯 나는 나만의 민트별펭귄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갈수록 무성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라이프 오브 파이(네이버 영화 포토)

인용 출처 :『파이 이야기』얀 마텔, 작가정신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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