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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Mar 28. 2024

인간은 무슨 일에든 익숙해질 수 있다.

[책 리뷰]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작가정신)

 


인간은

무슨 일에든

익숙해질 수 있다.

 

살면서 고통을
많이 겪으면,

더해가는 아픔은
참기 힘들기도 하지만
사소해지기도 한다.


고통과 아픔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쾌락을 극도로 추구해서 아픔에 이르는 정도가 아닌 이상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치고 고통받는 것을 원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깊게 베인 상흔들, 손 까스레기처럼 가볍지만 쓰라린 상처들, 오래 두고 생각나는 아리고 슬픈 기억들. 돌이켜보면 지나온 삶은 상처투성이었다.


어떤 날은 상처들이 눈덩이처럼 쌓여 그 무게에 눌리고 지쳐 쓰러지기도 했다. 어떤 날은 상처들이 가볍고 사소하게 느껴져 버티고 이겨내기도 했다.


수많은 날들은 늘 그렇듯 흘러갔고 난 늘 그렇듯 하루하루를 살았다.



 잠시 멈추어 서서 지난 날들을 돌이켜봤다. 인생의 상처들에 점점 적응하고 무뎌져 가는 내 모습이 보였다.


 상처에 조금은 구태의연해진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이유 모를 서글픔이 몰려왔다.  

  그리고 <파이이야기>를 봤다. <파이이야기>에서 내가 찾은 숨겨진 인생의 가치는 바로 '익숙함'이었다.


 파이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나는 그가 살아남은 이유를 바로 인간의 '익숙함'에서 찾았다.


 파이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현실에 적응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파이는 그 모든 상황에 익숙해졌기에 살 수 있었다. 그가 처한 상황, 고통, 아픔, 현실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끝내 살아남았다.


 파이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천대시했던 익숙해진다는 것의 가치를 발견했다. 인간이 계속해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건 결국 무엇이든 어떤 상황이든 익숙해지는 힘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익숙해지는 것도 양면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면 인간은 방심하기도 한다. 익숙해진 상대방의 소중함을 쉽게 잊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익숙해진다는 건 상처에 딱지가 생기고 새살이 돋는 과정이다. 조금 더 의연해지고 경험과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성장의 과정이다.

 


 나는 살면서 어떤 일들에 익숙해졌는지 생각해본다. 살아남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파이 이야기에 나의 이야기를 덧대어본다. 나는 지금 어떤 현실에 적응하고 성장해 나가고 있는지 생각한다.


 익숙함의 양면을 깨닫고 현명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보며 익숙한 일상에 감사인사를 조곤히 더해본다.





동물

그리고

자유



 당신은 동물원 우리 안에 있는 동물들을 안쓰럽다 생각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에서 그들이 누렸을 마땅한 권리를 동물원에서는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파이 이야기를 알기 전까지는 나 역시 동물원 속 우리에 갇혀있는 동물들을 안쓰러워 했다. 동물원이란 그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여겼다.



사람의 집은

기본 욕구를
가까이서 안전하게

 해결해주는
영역 안에 있다.

동물원은
동물에게

마찬가지
역할을 해준다.


 그러나 동물원을 운영하는 집의 아들로 태어난 파이는 늘상 동물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동물들의 진정한 자유에 대해 고찰한다.


 파이는 생각한다. 동물들을 안쓰러워 하는 마음도 결국 인간의 시선과 인간의 입장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저들이 동물원을 자신들의 소중한 안식처이자 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파이의 말대로 행복을 느끼고 자유로울 수도 있다.


동물의 자유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은 인간의 이기심 아니었을까. 아무런 조치없이 마냥 자유롭게 살도록 야생에 풀어놓는 것은 방종이고 인간들의 치기 어린 기만은 아니었을까.



 파이의 이야기를 듣고 문득 푸바오가 떠올랐다. 푸바오를 비롯한 판다들은 동물원에 있다. 사육사님들은 그런 판다들을 온마음 다해 정성껏 돌본다. 온갖 신선한 음식들과 쾌적한 공간들을 제공하고 건강관리 등 최적의 환경에 더해 애정어린 마음까지 듬뿍 준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푸바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나는 동물원에 갇혀 있고 자유를 잃었다며 속상해 할까.

 


 아니 그럴 것 같진 않다. 푸바오는 사육사분들을 인생의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여기며 자신의 하루에 충실히 살아가는 듯하다. 사육사들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행복하게 웃는 판다의 모습을 보면 우리도 덩달아 미소짓게 된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 지구를 살아가는 같은 생명체로서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낙엽을 날리는 바람처럼 머릿속을 이리저리 헤집는다. 나를 생각의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게 만드는 책을 만나 오늘도 기쁠 따름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을 조금씩 더 넓혀본다. 계속해서 더 많은 책을 읽어보기를,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를 다짐한다.



 한편 조심스레 사담을 덧붙이자면, 나는 내일 이사를 간다. 기분도 싱숭생숭하고 몸도 마음도 조금 피곤하다. 그래도 이삿짐을 싸고 글을 쓸 수 있는 하루에 감사함으로 글을 쓰고 마쳐본다.


모두들 평안한 밤 되시기를 :)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에버랜드 블로그 사진

인용 출처 :『파이 이야기』얀 마텔, 작가정신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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