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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Sep 01. 2022

상담에서 상담자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

정신분석에서는 상담자, 즉 치료자가 거울과 같이 중립적인 태도로 투명하게 내담자의 삶을 비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중립성이 잘못 이해되면 너무 냉정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비인간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다른 치료들에서는 치료자의 태도에 대해 전문적이며 따뜻할 것을 대개 강조하고 있다. 적절한 경계와 전문성, 따뜻하고 공감적이지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하지는 않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어떤 상담이든, 어떤 치료적 접근을 사용하든 상담 현장에서 상담자의 마음을 사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면 마치 악기가 조율되듯 그 사람의 삶의 주파수에 맞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럴 때면 내담자가 경험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하고, 내담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느낌을 경험하게 될 때도 있다. 내담자의 감정을 함께 느끼게 될 때는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이나 멍함, 답답함이 밀려오는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아, 지금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이런 것이겠군요, 어떻게 이런 감정을 계속 견딜 수 있을까요. 하는 깊고 슬픈 공감을 하게 되기도 한다. 


내담자의 감정을 상담자가 느낀다면 누군가는 상담이라는 일이 너무 힘든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실제로 심심치 않게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완전히 감정이입을 해서 동일하게 느끼고 헤어나오지 못해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느낌과는 무척 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마냥 힘든 것은 아니다. 내담자 이야기를 경청하고 맥락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두 사람의 감정선이 접촉하는 순간 느껴지는 상대방의 감정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내담자의 감정과 실제 느끼는 감각적인 경험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잘 수련받은 상담자라면 그런 감정을 느끼고, 공감을 표현하고 내담자를 이해하는 데에 그 마음을 사용하고, 깊은 수렁에서 내담자의 손을 잠시 잡아주고 함께 앉아있기도 하다가, 세션이 끝나고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좀더 넓은 조망을 위해 빠져나올 수 있고, 퇴근길에는 개인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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