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이냐 발행이냐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 전 일과 중 비는 시간이 있으면 괜히 브런치 사이트에 들어와 끄적끄적 일기를 적곤 했다. 상담 중에 느꼈던 일이나 개인적인 경험들도 주욱 써 내려가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도 되었던 것 같다. 약간 즉흥적이다 싶을 정도로 작가 신청을 하고 덜컥 되어버리고 나니 글을 쓰는 느낌이 이렇게 다르다. 누가 읽을까?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 내 글을 읽은 누군가는 혹시 글에서 상처가 될 부분을 발견하지는 않을까? 내담자 이야기를 이렇게 각색하면 개인 정보는 드러나지 않겠지? 괜찮을까? 글에 개연성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들로 말문이 막히는 것이다. 흐름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카테고리가 있어야 할 것 같고, 책임감이 무거워진다.
무언가 써야겠다 느낀 주제가 있었는데 한참 쓰고 보니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게 웃기다. 혼자 쓰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 읽게 될 거라는 가능성만 생긴 상태에서 책임감이라는 게 생기고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똑같은 화면에 똑같은 글씨로 같은 사람이 적는 글인데, 여기에는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해야지 했던 곳인데 마음이 이렇게 복잡해지다니.
요 며칠은 글을 적어두고 저장을 할까 발행을 할까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신경도 안 쓰던 맞춤법 검사 탭이 눈에 띈다.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고, 어느 만큼은 감수하고, 어느 만큼 신경 쓰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지 하고 다짐 아닌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