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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Feb 15. 2022

공감의 힘

공감뿐이라서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슬픈 말이야

몇 년 전부터 관심 가지고 있던 정서중심치료 공부를 하고 있다. 해외 워크샵을 들어야 하는데 오프라인 워크샵만 있던 것이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강좌가 개설되어 시차 때문에 조금 힘들긴 하지만 많은 돈을 아끼며 교육을 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 얼마 전에는 공감 워크샵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유용했다. 이렇게나 체계적으로 공감을 배울 수 있다니. 감정은 신체 감각과 생각이나 이미지, 충동, 바람을 모두 포함한다. 포괄적인 이해 안에서 하는 공감은 풍부하고 그 자체로 도움이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공감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강력한지 신기할 정도이다. 아기는 19개월에 접어드는데, 제법 말귀를 알아듣는다. 일상적인 것이라면 정확한 의미를 아는 것 같고 그렇지 않아도 뉘앙스를 파악하는데 '공감하는 말투'를 아는 것이 신기하다. 속상해하는 아기에게 우리 아기가 이래저래 해서 그랬구나 하면 "응!" 하며 서운함과 억울함과 공감받아서 안심되는 앙탈 섞인 대답을 한다. 그렇게 몇 번의 "응!"을 하고 나면 놀랍게도 감정이 많이 차분해지는 걸 볼 수 있다.


아기가 종종 코감기에 걸리는데 이제는 코가 막힐 때 짜증스럽게 우는 것을 보면 불편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몇 달 전만 해도 자다가 코가 막히면 겁에 질린 듯 울며 깨곤 했다. 달려가서 놀란 아기 등을 쓰다듬으며 소곤소곤 말하기 시작한다.


우리 아기 코가 막혀서 불편했구나.
자다가 숨이 잘 안 쉬어져서 놀랐구나.
그래서 무서웠구나. 괜찮아. 엄마 왔어. 불편한 거지 무서운 거 아니야 괜찮아.


놀랍게도 아기는 응, 응, 하고 울먹거리며 대답을 하다가 이내 차분해진다. 내 말 몇 마디에 코가 뚫리진 않았을 텐데, 그래도 이제 다시 누워서 자려고 자세를 잡는다. 엄마의 목소리와 쓰다듬는 손짓도 있겠지만 이 말 몇 마디는 질식의 공포와 불편함을 지나가게 할 여유를 준다. 정확하게 무슨 말일지는 모를 테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강력하게 진정 효과를 갖는다. 


공감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공감은, 문제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역경이 닥쳤을 때도 여유를 갖게 해 준다. 이렇게 느껴도 괜찮다는 것을 진심으로 아는 것은 큰 위로가 되는 일이다.


다른 상담기관에서 장기간 상담을 받다가 오는 내담자들에게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예전 상담 선생님이 들어주기만 하고 공감만 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이런 경우 몇 가지 생각하게 되는데, 첫 번째는 공감이 정확하지 않았거나 충분하지 않았을 경우이다. 상담에서 내담자들이 이야기할 때 본인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고 감정들이 온통 뒤섞여서 복잡한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공감해주는 것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 두 번째는 공감은 잘 전달되었지만 정말 해결할 전략이 없었을 경우이다. 우리가 어릴 때는 공감만으로 충분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어린아이는 유연하고, 다양한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주변 어른들을 보며 학습하고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맞는 것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는 점점 완고해지고 습관은 굳어져간다. 생각의 습관도 행동의 습관도 굳어진 채로 익숙한 것만 고집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공감을 받더라도 마음의 위안을 받더라도 이제는 어떻게 하지? 하는 단계에 봉착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는 인위적이더라도 스트레칭하듯, 운동하듯 새로운 방법을 반복적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행동적 기법일 것이다. 마지막 한 가지 가설은 어려서부터 너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공감의 부재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공감이 주는 힘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이다. 이럴 땐 장기간의 상담을 통해, 혹은 상담이 아니더라도 좋은 인연과의 만남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공감받는 경험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감뿐이라서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슬픈 말이다. 공감이 정확하지 않았든, 위로는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이든, 공감으로는 힘을 못 받든 슬픈 사실은 매한가지다. 공감은 정말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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