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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Feb 11. 2022

보디빌딩 & 마인드빌딩

보디빌딩 vs. 마인드빌딩이라고 쓸까 보디빌딩 & 마인드빌딩이라고 쓸까 잠시 망설였다. 몸을 훈련시키는 것과 비교되는 마음을 키워가는 것을 강조하고도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몸과 마음이 같이 가는 것이므로 아주 잠깐의 망설임 끝에 &을 붙여보았다. 언젠가 내가 글을 쓴다면, 언젠가 내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다면 나는 마인드빌더 채널의 피티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상담샘보다 피티샘이 더 힙하지 않은가. 보디빌더의 강인함과는 다르지만 마인드빌더는 섬세한 공감과 지지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우리는 다르지만 어쩌면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수련을 받던 시절,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PT seminar가 있었다. 전공의들도, 임상심리레지던트도 고년차들이 돌아가며 심리치료 케이스를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주로 전공의들이 발표하는 것은 정신분석적 입장에서의 장기치료 사례였고, 심리학자들은 교수님을 포함하여 인지행동치료 접근을 주로 수련받으며 심리파트 발표 때는 심리학자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사례를 봐주시곤 했다. 다른 사람의 사례를 듣고, 치료 과정에 대한 언급을 자유롭게 하며 토론하는 고년차들의 교육 시간이었다. PT는 psychotherapy(심리치료 혹은 정신치료)의 약자인데, 수련생들이 외부에서 교육분석을 받을 때에도 PT받으러 간다고 이야기한다.


수련을 받을 때는 쉽게 골병이 든다. 대학졸업 후 가장 빡세다고 알려져있는 업종의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컨설팅회사가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출근시간은 정해져있지만 퇴근시간은 없는, 법정 근무시간은 정해져있지만, 그게 가능하지는 않은 상태로 수련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주어진 일을 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고 바보라고 탓하기도 하며 일년을 보내는데, 그래서인지 수련 일년차때는 각자가 반드시 어떤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고년차가 되면서 내가 하는 일을 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에 대한 예측 정확성이 증가한다. 나는 이걸 일이 숙련되는 과정이라고 느낀다. 암튼, 골병이 들어있던 나는 고년차가 되며 약간의 여유있는 저녁시간을 이용해 PT를 받기로 결심한다. 동네 헬스장에서 피티 20회를 끊고, 퇴근한 뒤에 운동을 하는 일정이다. 


친한 전공의 선생님과 퇴근을 앞두고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다가 "저는 이제 PT받으러 갑니다"하니 감탄하며 어디에서 받는지 묻는다. "아, 동네에서요. 아파트 단지에 있는 헬스장이요"하고 잠시의 정적이 흐르다가 둘다 재미있다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분석받으러가는 줄 알았어요. 아 선생님, 저도 그 생각했네요. 저 운동하러 가요. 재미있게도 둘다 PT라고 불린다.


전문가가 되고 개업을 해서 혼자 일을 하다 보니 게으른 몸뚱이가 다시 말썽이라 일대일 필라테스를 큰 맘 먹고 시작하게 되었다. 


오래 앉아있는 일을 하셔서인지 자세가 좋지 않아요. 항상 구부정하게 있으면서 골반이 좀 말려있고,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니 햄스트링이 짧고요. 우리가 쓰지 않는 근육은 퇴화하죠. 코어가 약해서 복근을 잘 쓰지 못하니 기립근에는 불필요한 긴장이 많이 들어가네요


순수한 감동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 이건 사례개념화가 아닌가! 내담자들의 생각의 패턴을 살펴보고, 근원을 찾고, 방향을 찾고, 문제를 파악하고, 하는 일들이 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거였다. 어떤어떤 계기로 생겨난 세상에 대한 규칙과 신념들이, 일상생활을 방해하기 시작하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다.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을 때처럼, 우리 마음도 신호를 보낸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는 사실은 운동하지 않는 사람도 너무나 잘 알고 인정하는 명제인데, 상담을 받으면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대한다. 상담을 받아본 사람도, 맞지 않는 상담자를 만난 것 뿐일 수도 있겠지만 상담 자체에 회의를 갖기도 한다. 


나는 마인드빌더가 되고 싶다. 나의 마음도 세우고 지어나가고, 내가 만나게 되는 내담자의 마음도 세우고 지어나가는 사람 말이다. 여러분, PT받으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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