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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Dec 29. 2022

수영하는 심리학자 1

30년 만에 다시 배우는 수영

2022년 12월, 수영을 시작했다. 여름부터 수영을 시작한 남편이 현란한 수영팬티에 열을 올리며 펑키타 수영복을 구하기 시작했고, 분명 맥주병인 상태로 시작했는데 벌써 평영을 나간다고 했다. 종종 호텔에 놀러 간다고 하면 꼭 수영장이 있는지 확인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물을 무서워했다. 무서워하고 싶지 않다고, 이제 세 살인 우리 아이가 자라면 함께 물놀이하고 수영하고 싶다면서 아이가 더 자라 수영을 배우기 전에 자기가 먼저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해서 나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내가 수영을 배운 건 초등학교 2학년, 9살 때였다. 아직도 수영장의 냄새와 공기를 기억한다. 살짝 울려 퍼지는 말소리, 물에 들어가서 귀가 잠겼을 때 웅웅하고 차분해지는 느낌, 수영장 천장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하는 배영을 특히 좋아했다. 하루는 우박이 내리는 날이었는데 잠시 수영장이 어둑해지고 분명 더 시끄러웠을 날이지만 특유의 웅웅 거리는 고요함이 더해진 느낌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후로 늘 물을 좋아했다.


30년 만에 처음 배우는 수영이다. 이런 종류의 학습은 몸에 남아 있다고 하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운동을 영 하지 않은 내 몸이 과연 수영 레인 한 바퀴는 돌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몸통에 넉넉하게 붙은 살도 마음에 안 들고, 과연 제모를 어디까지 해야 하나, 젖은 몸에 이 타이트한 강습용 수영복을 잘 입을 수 있을까, 수모는 귀를 덮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온갖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일 끝나고 수영장을 가려는데 출차하는데 오래 걸리고 신호마다 걸리고 수영장 주차장 입구는 왜 그렇게 깜깜하고 복잡한지 누가 봐도 골프연습장 주차장 같은데 남편에게 급하게 전화해 물으니 어디든 대면된단다. 괜스레 짜증이 나서 급하게 지문 등록을 하고 라커 발권을 하고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우당탕탕 하는 느낌으로 어떻게 신발을 넣고 옷을 벗고 목욕용품을 들고 샤워를 빠르게 하고 수영장에 들어서니, 춥다. 한 겨울 시작하는 수영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제일 용기 내서 오신 분들이라는 인사에 어깨가 조금은 으쓱해지기도 한다. 수영 전적에 대한 질문에 어린 시절 조금 배웠었다 하고, 물에 떠보고, 조금 앞으로 나가고, 물속에서 걸어도 보고 느릿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찾아오는 웅웅 거리는 수영장 소리. 긴장해 있을 때는 모르겠더니 이제 들리는 고요함이다. 


생각보다 50분은 금방 지나가고, 나는 별로 지치지 않았다. 물이 닿는 느낌이 좋았고, 물속에선 춥지 않다. 불안과 걱정과 추위에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펴지고, 주변 소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웬, 너무나 다양한 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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