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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Jan 20. 2023

친절한 심리학자 2

놀라운 편의점 사장님

또 애매한 시간에 편의점에 내려갔다.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 같은 식사를 하려고 김밥 한 줄을 사러 내려간 참이었다. 저녁엔 수영을 가야 하니 빈속은 힘들 것 같아 상담 전 짬이 났을 때 속을 좀 채우려고. 볶음김치가 들어있는 차가운 김밥 한 줄을 계산대에 올리고 여느 때처럼 카드를 드렸다. 오늘은 무슨 말씀을 하실까.


데워서..!


눈이 마주치자 곱게 눈꼬리가 휘며 다정하고 단호하게 나오는 세 글자. 때로는 길게 수다 떨듯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아주 빠듯한 시간이라서 잘 대꾸도 못 해 드릴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간결한 코멘트다. 단 세 글자의 말에 다양한 메시지가 들어온다. 


식사 시간을 놓쳤군요. 어쩌나. 김밥이 차니 따뜻하게 데워서 드세요. 때도 놓친 식사인데, 데워 먹어야 그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연극배우인 남편은 편의점 에피소드를 들을 때마다 연극 대사 같다고 신기해한다. 자기도 자주 가서 사장님의 어록을 수집하고 싶다고. 친절에 대한 글은 주로 편의점 사장님의 어록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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