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사장님
상담실이 있는 건물 1층에는 GS25 편의점이 하나 있다. 작은 공간에 작고 친절한 아주머니 한 분이 운영하시는. 아마도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일하시다 저녁에는 알바생이 한 명 있고, 야간은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인 것 같다.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셔서 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편의점. 이런 곳이 있을까.
사장님의 친절함은 특별하다. 전문적인 서비스직의 타이트함도 아니요, 조심스러운 배려도 아니요, 그렇다고 시골 아낙 같은 촌스러움도 없다. 그저 자연스러운 관심과 따뜻함이 우러나와 마음을 살짝 건드리는 친절함이다. 끼니를 걱정해 주고, 맛있는 라면을 추천해 주고, 투플러스원 행사를 안내해 주며 다른 제품으로 바꿔 가져오라는 안내도 해주신다.
늦은 점심으로 육개장 사발면과 삼각김밥을 하나 골라 계산하려는데 여지없이 날 알아챈 사장님이 눈인사를 건넨다.
"이게 점심이야, 저녁이야?"
이 톤을 글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목소리가 크고 마음이 따뜻한 친구 엄마 같은 다정한 염려. 점심이에요, 일하다 늦어졌네요 하고 머쓱하게 웃는 나에게,
"다 먹고살려고 일도 하는 건데 우리 아저씨는 일을 다 해야 먹는다고 일할 때는 먹는 것도 잊어버리는데, 난 절대로 안 그래요. 잘 먹어야지"하면서, "여기, 내가 줄 수 있는 게 이런 거밖에 없네"하며 삼각김밥 위에 초콜릿 하나를 턱 얹어주신다. 온기가 초콜릿을 타고 손끝에 닿았다.
나는 착하진 않아도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마음은 그닥 곱지 않아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기보다는 현명하게 사는 방법을 늘상 고민한다. 친절함은 나에게 매너 있는 것, 말씨를 곱게 사용하는 것에 가깝다.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해도 해를 주지는 말아야지. 아는 사람에게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무심코 친절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베푼 호의를 기억하지 못할 때도 많고, 친절한 나를 특별하게 기억해 준 사람에게는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한다. 착한 사람들이 엄청난 희생을 해서 세상을 따뜻하게 하지 않아도, 현명하고 약은 친절한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 따뜻하게 데워주면 좋겠다. 신도시, 학원이 많은 건물에서 일하는 나에게 친절은 희소한 것이지만, 그래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