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댄스) 학원에 다녀오면 너무 좋다. 뭔가... 마음이 뭉클해. 뭐랄까, 오프라인만의 연대감? 온라인과는 또 다른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이 느껴져.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함께 해서 오는 감동도 있고..."
수업이 끝나고 무언가 구상할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카페로 향했고, 주문한 커피가 나오기 전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하다가 해외 장기 출장 중인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감동까지?"
그러게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운동하는 한 시간일 수도 있을 텐데 나는 무슨 감동까지 받는 걸까, 내가 유난스러운 걸까 싶다가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또 나였다.
"응. 뭉클하네. 엄마 생각이 나서 그런 거 같아. 저렇게 운동하며 살아가시는 분들 존경해. 어쩌면 이 지점이 학원을 애정 하는 가장 큰 이유일지도. 나이 들어도 괜찮을 거 같고, 다들 삶이 좋아 보여. 젊은 친구들이 있는 학원이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이야."
"ㅇㅇ 그럴 거 같네"
남편의 짧은 답 후에 6살 아이의 장난과 능청이 늘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복싱도 배워야 할 것 같다는 농담을 하며 웃다가 또 안부를 전하겠다고 인사를 했다.
그 사이 커피가 나왔고, 마시면서 엄마를 떠올렸다. 엄마의 기일이 올해로 벌써 12주년이다. 내 기억 속 엄마의 마지막 모습은 50대 중 반. 어릴 땐 엄마의 나이가 많다고만 느꼈는데 또 살아보니 그렇지도 않은 나이였다. 50대도 충분히 배울 수 있고 재미있을 수 있는 나이였다. 엄마도 조금 더 즐겁게 살면 좋았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이렇게 재미있는데...
더 어렸을 때는 자신의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사람들의 인정받아야 의미 있고, 멋진 삶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삶은 흥미롭지 않았다.
지금은 아니다. 인정받고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도 훌륭하지만,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살아낸 사람, 자신의 역할을 끝까지 해낸 사람 또한 멋지다. 멀리서 보면 우리의 삶이 비슷비슷하고 평범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자신의 삶에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으니까.
산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숨 쉬듯이 쉽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죽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렇게 포기했던 일들도 참 많았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일은 '살아있음'이라는 것을 엄마를 통해 깨달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움직인다. 걷고, 뛰고, 흔들리고... 어떤 형태로든 움직인다. 당연하지만, 멋진 일이다. 내가 내 몸을 움직인 다는 것.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해보면 순간순간 감사한 마음이 들 만큼 굉장한 일이다. 춤을 춘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살겠다는 의지로 선택한 적극적인 삶의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태도도 멋진데, 춤까지 잘 추시니 뒤에서 따라 하는 나는 감동을 받을 수밖에!
이 날은 한 회원님이 모닝빵과 안에 넣어서 먹는 샐러드를 만들어오셨다. 내가 먹을 거에 더 쉽게 마음이 동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은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수업이 끝나고 남편에게 톡을 보낼 만큼 남다른 뭉클함이 남아있었나 보다.
한 공간에서 춤을 추고, 땀을 흘리고, 때로는 준비해 온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었다.
움직이고, 땀 흘리고, 나누고, 먹는 것.
살아있는 존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가장 기본이 되는 답이지 않을까? 모든 일에 기본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처럼 진짜 삶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이다. 이런 부분들을 가장 많이 나눈 사람을 떠올려보니 또 엄마다.
'엄마,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처음 왔을 때처럼 아이처럼 밝고 명랑하게 살다 갈 거야.
왜 날 낳았냐고 엄마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길을 열어 준 엄마에게 고마워.
나는 매일 새롭고 즐거운데, 엄마는 어떻게 지내려나, 요즘은 춤을 배우고 있어. 재밌어. 나중에 만나면 살면서 뭐 할 때 제일 재미있었는지 이야기해 줄게. 다시 만날 때까지 편안하게 지내고 있어요.'
춤을 배우러 학원에 갔지만, 함께 하는 분들을 통해서 삶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